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연희동 러너 (by 임지형)

by 아름다움

"어쩜 이렇게 몸이 가벼워? 진짜 부지런해. 대단하다!"


홍제천을 달리거나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리는 내 모습을 본 지인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잘 달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완전히 반대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체력장 종목 중 100m 달리기에서는 꼴찌 그룹에 속했었고 20초가 넘는 기록의 소유자였다. 뛰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제대로 달린 적은 당연히 없었다. 나름 마음먹고 운동을 해도 땀이 전혀 나지 않았고, 딱 작심삼일이었다.



승부욕 제로, 경쟁심 제로,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친구가 먹자는 대로, 밀떡볶이도 좋고 쌀떡볶이도 좋은,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은.

아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몰랐던 아이. 나는 그런 아이였다.

첫째 서현이를 출산할 즈음인 서른 살까지도 그랬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를 다시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장르 구분 없이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거나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 글귀들을 모으고 필사했다.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책들에는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쉬었던 요가와 명상을 다시 시작했고, 자주 걸었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는 뮤직 복싱을 만났다.





뮤직 복싱 수업은 내 운동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숨이 헐떡할 정도로 뛰어도 땀 한 방을 나지 않았는데 드디어 땀구멍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떠보면 50분 수업이 지나가 있었다. 하는 동안에도 재미있지만 하고 나서는 더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밥맛은 두 배 더 좋았고 샤워는 세 배 더 개운했다.


복싱 수업이 몸에 점점 익숙해지며 운동량을 늘리고 싶다는 경지에 이르렀다. 어차피 운동 가는 길이니 바로 옆에 위치한 헬스장까지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러닝머신에서 10분을 걸으며 30초마다 시간을 확인했다. 그래도 뮤직복싱을 가는 날이면 30분 정도 일찍 헬스장에 가 걷거나 뛰었다. 헬스장에 가는 횟수는 늘어났다.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3년이 지난 지금, 헬스장은 주 4회 이상은 간다. 날이 좋으면 홍제천과 한강을 달린다. 한 번에 6km 정도는 거뜬하고, 컨디션이 허락하는 날에는 그보다 조금 더 멀리 가기도 한다. 예전의 나를 떠올리면, 이렇게 달리는 나는 완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운동은 어느새 내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이 되었다.





달릴수록 몸은 가벼워지고(식단을 한다면) 마음은 단단해지고 있다.






"생각 없는 말에 찔리고,

내 모습을 보는 것도 두려웠던 날들.

벗어나고 싶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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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군가의 좋은 소식은 날 슬프게 해

불안은 가만히 두면 점점 심해지고, 어디까지 악화될지 알 수 없는 병이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단순한 불면과 긴장감으로 시작됐지만, 점점 일상이 흐트러지고 마음이 잠식되어 갔다.


8 체계적으로 연습하기

"운동 강도가 낮을수록 몸은 지방을 더 많이 연료로 사용하거든요. 강도가 낮을수록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서 지방을 천천히 태워 에너지가 활발해져요."


9 백만 년만의 면접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질문은 곧 주체적인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을 것이다.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어디까지 달릴 것인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13 갈팡질팡

그 말에 갑자기 술렁이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모두 자기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구나. 버티는 방식이 달라 서로 상처 내고, 더 멀어지는 걸지도 모른다.


14 다시 달리기

달리기는 내 안의 숨겨진 나를 다시 불러냈다. 처음엔 단지 땀을 흘리는 행위였고,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도망이었다. 하지만 매일 몇 킬로씩 내 발로 길을 밀어내다 보니, 내 삶 전체의 균형이 조금씩 바뀌었다. 숨이 찰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고, 힘들어질수록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을 내 안에서 꺼낼 수 있었다. 뛰는 동안은 누구의 말도, 평가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내 발소리, 숨소리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만이 존재했다. 그 시간은 내가 잊고 있고 살던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시간이 쌓이자, 나도 모르게 몸도 마음도 단단해졌다. 사실 몸이 건강해졌다고 실감하며 살지는 않지만 체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것 보면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을 것이다. 적어도 나이가 들수록 얼마간의 체력을 유지할 정도는 되게 좋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마음은 내가 느끼기에도 단단해졌다. 역경과 시련, 슬픔과 외로움을 피해야 할 대상을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아주 희미하게 느껴진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이 수시로 찾아온다. 이건 운동 자체에서 왔다기보다는 운동을 통해 확장된 마음 수련의 결과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


내가 갖지 못할 걸 가진 사람을 볼 때면, 질투와 부러운 마음만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 사람이 지금껏 노력한 시간, 누구나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성공의 순간을 함께 볼 수 있게 되었다. 부러우면 나도 따라 하면 되지,라는 여유가 생겼다.


17 새로운 꿈을 꾸다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준비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전부를 바꿔놓기도 한다. 순간순간 망설임조차, 언제가 중요한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작년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덕분에 삶의 많은 부분을 돌아보게 되었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질문을 하게 되었다. 뿌듯하고 감사한 일들도 많았고, 아프고 힘든 시간도 지나와야 했다. 어떤 역경은 삶의 교훈과 배움을 주었고, 어떤 시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기쁘고 소중한 순간들도 채우고 있고 이런 나의 연습들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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