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스트레칭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 언 18년.
본격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한 지 4년 차, 최근에는 짧게라도 10분씩 근력 운동까지 더하고 있다.
체력이 좋아 보인다거나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런 말들은 은근히 강력한 동기가 되어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 준다. 마흔 중반을 통과하고 있는 나에게 운동은 중요한 우선순위가 되었다.
그래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 결과가 이전보다 나아졌기를.
마흔에 들어서면서부터 재검의 항목이 하나씩 늘어났다. 빈혈, 혈압, 백혈구 수치가 기준보다 낮아 주기적으로 추적 중이었다.
지난 1년은 운동만큼은 성실하게 했다고 자부할 만 날들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식단에는 조금씩 손봐야 할 부분이 있었다. 아이스커피나 디저트를 줄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러지 못했고, 한 가지에 꽂히면 그 음식을 과하게 먹는 습관도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나름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검진 결과지를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혈압도 그대로였고, 다른 수치들도 비슷했다.
오히려 재검이 필요한 항목이 두 개나 추가되었다.
허무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운동을 해서 이 정도라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지난 1년간 병원에 거의 가지 않았다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겠다.
결과지의 수치는 같았지만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지니 기분도 훨씬 가벼워졌다.
운동을 하는 건, 분명 건강을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나의 경우에는 당장 눈으로 확인되는 신체의 변화는 예상보다 더디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다시 운동을 가는 이유는, 운동을 하고 나면 즉각적으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가 설레었고 기분이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그런 기분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해야 할 일은 늘어나면서 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야 하는 상황들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달았다. 좋은 기분은 더 이상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분은 하루의 시작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매일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자기 관리 중의 관리는 기분 관리다.
몸이 무겁거나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날일수록 더 그렇다. 헬스장에 가기까지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일단 현관문을 나서고 도착을 하면 어찌 됐든 운동은 하게 된다.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운동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다.
이미 기분이 좋은 아침에 운동을 하면 행복감과 자기 만족감이 더해지고,
그저 그런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올라간다.
유난히 축 쳐진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면 중요한 일정을 완료해 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 이 감각은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준다. 잠시일지라도.
이 작은 차이가 하루를 채운다. 이런 하루들이 쌓여 일상을 바꾼다.
몸이 아픈 날이 아니라면 운동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건강 검진 수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운동으로 쌓아 올린 작은 기분의 변화들은 내 몸과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작은 변화들이 쌓여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운동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