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엄마가 건넨 돈

by 아름다움

첫째는 친구와 독서실에 갔고, 둘째는 아빠와 외출 중이다.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았다.

첫째 도시락도 쌌고, 설거지와 빨래까지 모두 완료.

집에서 축 늘어져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새파랗고 눈이 부시게 투명하고 청명한 빛의 하늘.

안 나갈 수가 없다.




그래, 나가야지.

카페에 가서 책을 읽자.

바깥은 여름》을 마저 읽기 위해 챙기다 보니 《천 개의 파랑》이 보인다.

5월 책친구 선정 도서인데 아직 시작을 못했다. 이 참에 읽어야겠다 싶어 같이 챙겼다.

왠지 한 권 더 읽고 싶을 것 같아 《모월모일》도 가방에 넣었다.

가방이 묵직해졌다.



겸사겸사를 좋아하는 나는,

이왕 묵직한 김에 노트북도 가져가서 글을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남으면 수업 준비도 미리 해놓자.

간 김에, 싼 김에, 결국 노트북과 책 세 권, 텀블러까지 이고 지고 나섰다.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테이블은 만석에 웨이팅까지 있었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 해서 스타벅스가 딱인데.

그래서 조금 더 걸어 다른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자리가 있어 앉을 수 있었다.

내 자리는 중간 자리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과 책을 꺼내는데 옆 테이블과의 간격이 매우 가까웠다.

노트북 가방을 내려놓고 정리하고 도중, 옆 테이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쳐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다.

왼쪽 옆 테이블에는 우리 엄마 또래의 할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분이 앉아 있었다.

거의 같은 테이블에 앉은 듯한 거리라 본의 아니게 대화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을 새로 구매한 어머니께 사용법을 설명하는 중인 듯했다.





"엄마, 이걸 누르시면 스타트가 되는 거예요."

"암만 봐도 혼자 있으면 모르겠다니께. 여기로 갔다 저기로 갔다 하다 하다 보면."

"처음만 그렇지 익숙해지셔요."

"요것이 옛날 그거보다 괜찮은 거야?"

"네. 기술적으로 안정도가 더 높은 거예요."

"엄청 헷갈리네. 나는 뭐 많은 거 안 써야. 이모들하고 통화하는거를 젤로 많이 하제."

"엄마, 소파라고 생각하면 돼요. 새 소파에 처음 앉으면 딱딱하고 어색하잖아요? 원래 쓰던 소파는 계속 쓰다 보니 내 몸에 맞춰져서 편하게 느껴지는 거고요."

"참말로 그렇네. 아들 말이 맞네 그려. 고마워야."

"뭐가 고마워요."

"바쁜 거 뻔히 아는데 고맙제."


어머니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아들에게 건넸고, 아들은 괜찮다며 몇 번을 거절했지만 결국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받았다.



"엄마, 무슨 돈을 주셔?"

"엄마가 매번 너무 고마워서 그래. 너 같이 잘 알려주는 사람이 잘 없어야."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드문드문 들렸지만 아드님의 목소리는 참 다정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고마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음료가 준비되었다는 알람이 떴다.

아까 먹은 점심이 짰는지, 상큼하고 새콤한 청량한 게 땡겼다.

유자 민트티는 처음 시도해 봤는데 완전히 내 스타일이었다.

기분이 확 좋아졌다.








가장 사랑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 어쩌면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계.

고마운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불편하고 서운한 마음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겠지, 괜찮겠지, 이해하겠지 하고 넘기게 되는 사이.

엄마와 자식.


옆 테이블 덕분에 뭉클함까지 더해진 토요일 오후가 완성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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