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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예찬_떡

가래떡을 어떻게 참아?

by 아름다움

사실, 떡은 무서운 음식이다. 떡은 어느 정도 건강한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크림 폭탄이나 초콜릿 범벅이 된 도넛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고칼로리 음식 혹은 정크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의 총칭)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떡은 응집되고 압축된 상태의 정제 탄수화물로서 우리의 예상보다 칼로리가 꽤, 아니 아주 높다. 또한, 간이 딱 맞는 떡은 맛의 조화가 훌륭한 덕분에 한 가지 맛이 튀지 않지만, 그 안에는 짠맛, 단맛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떡의 영양학적 측면이나 다이어트적인 요소로서 그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지어터지만, 그럼에도 떡을 외면할 수가 없다. 양배추, 닭가슴살, 달걀, 팽이버섯으로 건강을 채우고, 떡으로 기쁨을 채운다. 빵에서 떡까지, 이제는 그만 사랑에 빠져도 되지 싶은데,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를 않는다.





오늘의 주인공 떡에서, 나의 all-time-favorite인 흑임자 인절미를 빼놓을 수가 없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산후 조리원에 오는 친구들이 흑임자 인절미를 사 가지고 올 정도였다. 떡 자체도 무섭긴 하지만, 요 흑임자 인절미는 그중에서도 정말 위험한 아이다. 한 번 맛 들이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고, 한 두 개로 끝낼 수는 더더욱 없다. 물론, 아주 이성적이고 자기 조절 능력이 뛰어난 누군가는 한 개 정도 맛본 뒤, 우아하게 포크를 내려놓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럴 능력과 이성이 자리 잡고 있지 않다.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지만 흑임자 인절미를 내 눈앞에 두고는 백전백패였다. 그래서 아예 곁에 두지를 말아야 하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참새가 방앗간 가듯 했던 집 근처 떡집이 멀리 이전을 하였다. 가끔씩 정말 눈앞에 아른거릴 때가 생기면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었다가 사서 10개씩 먹는다... 빈 스티로폼 접시를 보며 후회를 하고 합리화도 한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우리 집 최애 간식, 떡꼬치이다. 말캉한 가래떡을 튀겨 매콤 달콤 새콤한 소스에 푹 찍어먹으면 '아,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행복이, 사랑이도 어쩜 이런 건 나와 닮았는지 그냥 가래떡이며, 떡꼬치며 정말 좋아한다.





부모님 생신 날, 제작한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처음 보고 정말 예뻐서 배우고 싶을 정도였는데 안 배우길 잘한 것 같다. 아마 나의 아마추어 작품들의 대부분은 내 입속으로 들어갔을 테고, 나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했을 테니.

왼쪽 사진이 엄마 생신 때 맞춘 떡케이크였는데 엄마를 생각하면 라벤더 향기가 떠올라 바이올렛, 마젠타 톤으로 제작 의뢰를 했고 예상보다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꽃들이 표현되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오른쪽 사진의 꽃케이크는 시아버지 생신 케이크로, 민트와 스카이블루를 베이스로 부탁드렸는데 역시 그 이상으로 잘 나왔다. 모양만큼 어른들께는 맛도 중요한데, 앙금이 많이 달지 않아 디저트를 즐기시지 않는 엄마도 맛있게 드셔서 뿌듯했던 선물이었다.






나의 고구마 사랑처럼, 떡볶이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다. 음식을 쉽게 질려하지 않아 더 그렇겠지만 떡볶이라면 매일도 먹을 수 있다. 칼로리 생각만 안 해도 된다면. 떡 이야기에서 떡볶이를 놓고 잠시 고민했었는데, 떡볶이를 디저트로 봐야 할지 식사로 봐야 할지에 대한 고찰이었다. 떡볶이는 나에게 크나큰 행복을 주고 있으니 식사면 어떻고 디저트면 어떻겠냐는 결론에 다다랐다.



일단, 나는 즉석떡볶이보다는 판떡볶이를 선호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나의 선입견을 단 한 번에 날려준 즉떡과의 첫 만남을 소개하고 싶다. 왼쪽 첫 번째 사진의 '또보겠지' 떡볶이로 처음 방문 했을 때, 무려 한 시간 반이 넘는 웨이팅을 견뎌야 했는데, 그날 꼭 먹고 싶다는 친구만 아니었다면 진즉 다른 집으로 갔었을 거다. 어쨌든 우리는 기다렸고, 마침내 나는 '인생 즉떡'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한테 고마움의 표현을 잊지 않았고, 우리는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를 경험했다. 며칠 뒤 비 오는 날 또 생각 나, 그 친구를 불러 다시 방문까지 했던 곳이다.

왼쪽부터 또보겠지, 청년다방, 크레이지 후라이
왼쪽부터 청년다방, 크레이지 후라이




굳이 따지자면, 밀떡보다는 쌀떡파이기는 한데 식감이 말캉하고 쫀뜩! 보다는 좐~~ 득하고 부드럽고 살짝 퍼진(푹 퍼저도 상관없다.) 스타일의 떡을 선호한다. 자주 먹었던 떡볶이 사진들을 보니, 가래떡 떡볶이로 유명한 체인점도 있고, 충정로의 유서 깊은 철길떡볶이집도 있다. 철길떡볶이는 워낙 좋아했어서 근처 갈 일 있으면 들렀었는데 양념이 진짜 꾸덕하고 떡에 완벽하게 배어있다. 여기 양념 자체가 매우 자극적이면서 맛있다.(왼쪽 두 번째 줄 사진) 참고로 윗줄은 쌀떡볶이, 아래 줄은 밀떡볶이이다.






최근에 먹은 떡볶이 중 가장 맛있었던 곳으로 대림시장 안에 실내 장터에 위치한 떡볶이집이다. 초등학교 때 공덕시장에서 먹던 양념이 쏙 베인 떡볶이와 잡채가 참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비슷한 스타일의 집을 발견해서 정말 행복했다. 먹는 내내 감탄을 하면 먹었더니 주인 할머니께서 고마워하셨다. 여긴 도저히 한 번만 먹을 수 없어 이틀 후에 가서 포장을 해 왔다. 보기와 달리 많이 맵지 않아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고 특히 조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최근에 먹은 떡볶이 중 가장 맛있었던 집 두 곳 중 마지막, 광장시장에서 포장해서 온 떡볶이었는데 한 입 먹고 눈의 번쩍 뜨이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느낌의 떡볶이였다. 떡이 한 접시에 10개도 안 들어 있어서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떡 하나가 꽤 두껍고 묵직해서 먹다 보니 아주 양이 적지는 않았다.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식감의 쌀떡에 물엿의 농도가 높은 고추장 양념이 아주 찐뜩하고 꾸덕하게 배어있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 떡볶이 한 그릇에 다 들어있었다.







나에게 즐거움과 슬픔을 동시에 주는 떡. 주말에도 가래떡 떡꼬치를 한가득 먹고 그 다음날 띵띵 부은 눈과 덤으로 살까지 얻어 얼마나 후회를 했던가. 영양표시에 나와있는 대로 한 끼 적정량만을 먹을 수만 있다면 참 좋으련만. 마흔이 넘어도 식욕 조절은 쉽지 않다. 그러니 또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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