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나 유지어터가 피해야 할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첫 번째로 프라푸치노를 선택했다. 한동안 프라푸치노에 빠져 녹차부터 자바칩까지 야무지게도 마셔댔다. 비가 자작하게 내려서, 햇볕이 좋아서, 날이 흐려서, 허해서, 단 게 당겨서, 그냥 마시고 싶은 날이어서... 그렇게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휘핑은 '에스프레소 휩'으로 변경하고 드리즐은 '많이'로 주문하면 잠이 확 깨는 동시에 최대치의 당을 경험할 수 있다. 자바칩 프라푸치노는 Tall 사이즈 기준 355Kcal고, 흔히들 말하는 밥 한 공기, 식빵 3장에 해당하는 칼로리다. 칼로리로만 보면 초콜릿 베이스 음료치고는 생각보다 높지는 않다. 그러나 보통은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후식으로 프라푸치노를 마시므로 칼로리는 점점 축척이 되고 마는 것이다. 건강 면에서도 차가우면서 달기까지 한 음료는 지양하는 게 좋다고 하니, 프라푸치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프라푸치노에 이어 살짝 죄책감이 덜한 바닐라라테를 마시다 이제 그만 단 커피는 놓아주어야 할 시기가 왔음을 느꼈다. 그렇게 과감히, 어렵사리 둘을 놓아준 뒤 아메리카노만 마신 지 수년째. 그러던 어느 날 아인슈페너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다. 크림을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비주얼 선보이고 있었던 그 카페는 하필 아인슈페너 맛집이었다. 고소하면서 달콤한 맛의 쫀득하고 퐁신한 생크림이 첫 입으로 싹 들어오면 쌉쌀한 에스프레소가 툭 치고 입장한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다양한 맛의 향연에 반할 수밖에. 그 한 모금 이후, 이제는 프라푸치노가 아닌 크림 커피를 들이마시고 있다.
* 최근에 반한 곳, 카페 르상스 사운즈 한남
와 여기는 입구부터 취향 저격이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베이커리 카페로 손님들 분위기 마저 심상치가 않았다. 고급지고 우아한 사람들이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미팅을 하는 곳이랄까. 알고 보니 이미 유명한 핫플에 근처 예술가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커피 애호가인 친구는 여기 커피를 마시려고 먼 거리에서도 가끔 찾아온다.
시그니처 크림커피와 라테가 나왔다.
분위기도 스타일도 예술이지만, 여기 크림커피는 정말 예술이다. 최근에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일단, 농도부터 걸쭉하고 땅콩버터가 들어가 정말 꼬숩고 찐하다. 고소한 달콤함이 커피를 마시는 내내 느껴져 내가 좋아하는 모든 맛을 한 잔에 집약한 느낌이랄까.
* 우리 동네 크림커피 맛집, 댄싱컵
시그니처 커피가 아래의 크림커피로, 맛있다.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에 찐한 에스프레소와 우유 조합이 환상적이다. 처음에는 양이 살짝 아쉽다고 느껴졌는데 마시다 보면 이 정도가 괜찮아진다. 커스터드 크림커피를 즐기는 나의 음미법은 처음엔 섞지 않고 마시다 반정도 마시다 섞어 먹는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코코아 가루가 마실 때마다 입가에 묻어 닦아주어야 하는 점이다.
* 맥코이 한남
이국적인 분위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카페로 내부 공간은 아담하며, 여기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유럽의 작은 골목에서 느긋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분위기의 카페였다. 시그니처 맥코이 커피는 꾸덕하고 쫀쫀하면서 부드럽게 들어오는 크림이 매력적인 크림커피다. 핫플이어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여기서 10년 전 직장 동료도 만났다.
* 디저트 39
일단 양에서 압승이다. 마시고 나면 배가 찬다. 커스터드 크로크슈와 함께 먹으면 지상낙원 같은 달콤함을 경험할 수 있다. 언니들은 달다고 했고 내 입에는 맛있었다.
* 유동커피 연남
테라스 있는 카페 찾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찾아보니 여기도 유명한 곳이었다. 이 날 마신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 그 후로도 몇 번 더 방문했다. 추천받아 주문한 이 커피는 시그니처 중 하나였는데 어마어마한 양에 놀랐고, 정신 번쩍 드는 달콤함에 또 한 번 놀랐다.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맛이다. 이 커피를 다 마셨으니 운동을 하러 갔겠지.
오른쪽 사진은 아인슈페너 라테로 매운 음식 후 마시니 더 맛있었다. 순댓국이나 해장국류를 먹은 다음에는 달달한 음료가 당기는데 이유가 있는 건지 문득 궁금해진다.
* 피스피스 연남
이곳은 파이로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로 커피 맛에 반한 곳이기도 하다. 다크릴리와 화이트릴리가 시그니처 커피이고 내가 주문한 메뉴는 다크릴리이다. 견과류가 들어가 꼬소하고 달콤하고 밑부분은 커피의 쌉쌀한 맛이 올라와 풍미의 다채로움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는데 가격대비 양이 아쉽다. 홀짝홀짝 아껴마신 기억이...
* 세겐커피
시그니처 메뉴는 크림커피는 아니지만 애정하는 메뉴라 소개하고 싶다. 우유에 커피얼음이 들어간 라테이다. 다 마실 때까지 싱거워지지 않고 처음 맛 그대로 유지되며, 살짝 달콤해서 단 커피에 대한 부담도 없어 종종 마신다.
* 커스텀 커피
시그니처 흑임자라테, 처음 맛보고 눈이 확 떠졌다. 내가 좋아하는 고소함, 달콤함, 살짝 느끼함까지 다 들어있었다. 우유가 진짜 꼬소하고 맛있어 라테의 깊은 맛을 알게 해 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