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움 Dec 06. 2023

글쓰기 책 열세 권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느 날, 쓰고 싶었어요.


내가 바라는 모습, 되고 싶은 나, 상상 속에서는 이루어지던 그 찬란한 시간들, 나의 성장,

열네 살 소녀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 너무 후회되는 그날, 미안하고 또 미안한 그 밤,

엉엉 울고 싶던 날, 누구에게도 차마 못한 말, 마음속으로만 묻어두었던 수많은 문장들...

머리와 가슴속에만 가득 찬 아이디어와 감정들을

그냥 하나씩 끄적이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내 글을 읽거나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엄청난 자기 검열을 거쳐, 신중에 신중을 더해

고치고 수정하고 퇴고한 후

간신히 발행하거나 혹은 그마저도 못하고

저장만 해 두었어요.




어제는요,


 선 넘는 그녀와 무식한 그 인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그놈에 대해서도 써재껴보았어요. 물론 비밀글로요.




오늘은요,


반성, 후회, 자책, 증오, 걱정, 불안, 미안함,

찌질함, 분노, 화, 슬픔, 우울, 자괴감, 지겨움,

 진절머리 남, 소외감, 공허함을 써 봤어요.

 사소해 보여서 누구한테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그런 감정이나 느낌 있잖아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는 것도 버거워서

그저 피하고 외면하거나 저 깊숙이 묻어두며 살았어요.


'그거 느끼면 진짜 그런 사람이 될 것 같고, '인간비타민'이었으니 계속 이런 나를 유지하려면

저런 감정은 필요 없거든요.

또, 나는 긍정적이고 밝고 환하고 즐겁게 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고요.'

이런 생각을 하며 마흔 가까이를 살아왔어요.

힘든 줄도 모르고 다들 이렇게 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너무나 높고."

직업상담사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잖아요.

이제부터는 조금  편안하게 삶을 바라보세요.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아름다움 씨는 누가 봐도 

부러운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니 여기서  잘하려고 스스로를 

몰아가지 마세요.

계속 이렇게 지내다간 번아웃이  거예요.”




이제는요,


저것들을 마주하는 것도 모자라

그 구멍 안에 도대체 뭐가 있을까 파헤치고

가만히 들여다보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된데요.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들이 원동력이 되어 글이 써지고요, 좋은 글감이 된데요.

그리고 너무나 사소해 보여서

 말하기조차 부끄러웠던,

말하면 찌질해 보일까 봐

묵혀두고 꾹꾹 눌러 두었던 그 사소했던 감정들 있잖아요, 절대 사소한 게 아니래요.

내가 상처받았고 서운했고 화가 났다면

그게 맞는 거래요.





누가요?


제가 읽고 있던 모든 책들과 저자들이요.

진짜 그렇다고 하니, 무서운데 한 번 해봤어요.

큰 일 날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요.

(너무나 당연하게)


가슴이요, 시원해졌어요.

마주하기 싫은 내 밑바닥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도 자기 검열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글을 정하지만

그 정도와 기준이 낮아지고 있어요.


그게 너무 좋아요.






사실, 오늘 너무 후회되는 일이 있었어요.

행복이, 사랑이한테 참다 참다 화를 냈거든요.

걱정으로 시작한 다정하고 온화했던 말은 잔소리로 점화되며 결국에는 폭주기관차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애틋한 마음과 달리, 걱정되는 마음과 달리,

저는 결국 엄마의 말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요.


솔직하게 사과를 하고 다시 돌아와 글을 쓰고 있어요.

내뱉은 말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내일은 0.1%라도 나은 엄마가 될 거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