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일에는 그래도 유지하는데 주말만 되면 말짱 도루묵이야. 어제도 하루종일 안 먹다 밤에 치킨에 맥주 마셨더니 바로 살쪘더라고."
"굶어도 이젠 살이 안 빠져."
"저 여자는 어쩜 저렇게 말랐을까?"
"진짜 날씬하다, 부러워."
하루에도 몇 번씩들을 수 있는 살에 대한 이야기.
10대, 20대, 30대 그리고 40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 체형과 살 그리고 다이어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여자를 난 본 적이 없다. 외모에 초연해 보이는 이들조차도 살을 빼거나 체형을 보완하거나 살을 찌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고 마르면 마른 대로 통통하면 통통한 대로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어 했다.(그게 어느 방향이든) 나이가 들면, 예를 들어 70대가 넘으면 살과 다이어트 그리고 여자의 몸에서 자유로워질까? 목욕탕 경력 6년 차인 내 경험상, 일흔이 넘은 할머니들의 관심사 중 상당 부분도 살과 다이어트였다.
나 역시도 살과 몸무게에서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나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고나기를 마른 몸인 줄 알지만 절대 아니다. 나는 16년째 유지어터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은 체중 감량이 중점인 시기를 지나 체중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살고 있지만, 영국에서 찐, 9kg 가까이나 되는 살을 빼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던 시기도 있었고, 행복이 출산 후에 남은 마지막 2~3kg를 빼기 위해 식단만 조절했던 아주 고단한 시절도 있었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몸은 마른 듯 탄탄한 체형으로, 이를 도달하고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식욕이라도 부진했으면 참 좋으련만, 음식을 먹는 것도 엄청나게 좋아하는 식도락가(食道樂家)이기에, 정말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먹어야 하는 동시에 유지까지 해야 하니 방법은 하나, 먹은 거 이상으로 움직여서 여분의 칼로리 축척을 온몸으로 막는 거다. 이렇게 차곡차고 쌓인 유지를 위한 삶이기에, 나의 인생에서 식단관리와 운동은 더없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책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마른 여자들>은 여자들의 몸과 다이어트, 그리고 비뚤어진 자아상에서 비롯된 섭식장애로 인한 인생의 변화와 굴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이미지, 자매애, 가족의 영향력, 또래 문화, 우정, 사랑에 이어, 동성애와 데이트폭력까지... 폭식과 거식이라는 다이어트의 양극단에 서 있는 쌍둥이 자매, 로즈와 릴리의 인생을,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는 릴리의 체중과, 점점 줄어들어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로즈의 몸무게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동성애 및 이성애에 대한 성적 수위도 꽤 높고, 섭식장애에 대한 묘사도 적나라한 편이라 누구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이 꽤 불편했다는 리뷰들도 있었다. 그래도 내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이야기였기에 한 번쯤은 읽어볼 만했다.
인간은 대부분의 것들을 과도하게 욕망한다. 우리는 소비하는 샘물이자 자본주의의 산물이지만, 몸무게는 우리가 결핍을 선호하는 항목이다.
"네 동생은 얼마나 말랐는지 좀 봐라!"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난생처음 우리 쌍둥이 중에 내가 더 우월한 쪽이었다.
그는 학대하는 연인이다. 거식증 말이다.
한 때는 내 몸이 참 미웠다. 허벅지는 왜 이리 털렁거리는지 더 탄탄하고 말랐으면, 종아리도 그렇고, 키도 더 컸으면, 얼굴이 더 작았으면...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었다. 내 몸인데 스스로 편하지가 않았던 거다. 그러다 깨달았다. 불만이 있으면 개선하고 고쳐나가야지 슬퍼하고 탄식만 하고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게 제일 한심한 짓이라고.
한심한 짓을 끊고 시작했다. 매일 최소 10분씩이라도 스트레칭하고 걷고 또 걷고... 그리고 새로운 운동을 추가했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을 보는 시선이 편안하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나는 내 몸을 조금씩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