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의 뜨거운 김이 아주머니의 시야는 뿌옇게, 내 피부는 더 뽀얗게 만들어 준 덕분이지만, 그럼에도 자꾸 거울을 보게 되는 밤이었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피부가 되었다.
마흔이던 작년, 목욕탕에서 20대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일곱살이 된 둘째 친구들도 내 피부 이야기를 하곤 한다. 10대부터 90대까지, 세대와 국적을 막론하고 여자들의 외모 관리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피부다. 요즘은 물론 중년 남자들까지도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진정한 럭셔리는 피부에서 나온다'는 어느 에디터의 말처럼 투명하고 은은한 광택이 도는 화사한 피부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고.
타고난 피부만 가지고 이런 글을 쓰고 있다면, 웬 자랑이냐 싶겠지만 나의 피부 관리 루틴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초밀접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 저 정도로 진심이면 좋을 수 밖에, 인정!"
얼마전까지는 기실, 내게는 너무 당연하고 소소해서 다들 이정도는 하고 사는 줄 알았다. 그만큼 사소하다 못해 미미하기까지 하다. 그런 공기같은 행위들이 매일 매일 쌓이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 얼굴에 최대한 손 안대기
제일 중요하다.
'무의식 중 1시간에 23번 얼굴 만진다'라는 연구결과도 있을만큼 우리는 생각보다 얼굴을 엄청 만진다. 이러한 습성으로 감염에 취약하게 되는데 피부도 예외일 리 없다. 코로나 이후로는 마스크까지 착용하며 꼈다 뺐다 하면서 손을 더 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최대한 얼굴에서 손을 멀리, 아주 멀어지게 해야 한다. 세안 후 물기를 닦을 때도 최소한으로 톡톡 두들기며 기초 화장품을 바른다.
2. 쌀뜨물 세안
피부가 흰 편이어서 태닝을 해도 빨갛게 익고 돌아왔었다. 그러다 아이들과 놀러다니고 놀이터 땡볕 아래에 몇 시간씩 있고 하다보니 타기 시작하더라. 2019년 동남아에서 4주 정도 있었는데 얼굴부터 몸까지 쏵 타버렸고 잡티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상이었다. 쫄보라 피부과 레이저는 엄두가 안나고 일단 홈케어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 전부터 쌀뜨물 세안도 하긴 했었는데 큰 효과는 못 느끼고 있던 찰나, 어느 날 보니 몸은 탄 그대론데 얼굴은 원래 피부색으로 많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지속적인 쌀뜨물 세안의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이후 최소 주3회는 쌀뜨물 세안을 하고 있다. 쌀뜨물로 세안 후 마지막은 일반 수돗물로 마무리한다. 쌀뜨물은 금방 상해서 당일 저녁이나 다음날 아침까지는 사용하기를 권한다.
(* 쌀뜨물 세안을 시작했던 지인분들 중 트러블이 난 경우도 있어서 민감성 피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3. 선크림
피부과에서 관리 받고, 1일 1팩해도 선크림은 필수다. 매일 아침 공들여서 아주 꼼꼼하게 도포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기존 선크림을 쓰면 눈이 시리고 뻑뻑해서 찾아보니, 무기자차 선크림을 쓰면 낫다고 해서쓰기 시작했는데 눈이 안 시리고 순해서 무기자차 선크림을 베이스로 바른다. 발림성이랑 톤까지 만족시키기 위해서 3가지 선크림을 사용하고 있다. 눈가는 매트한 제품, 이마는 광나는 제품 이런 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본인 피부에 맞는 썬크림을 매일 바르는 것이 핵심이다.
4. 물 수시로 마시기
공복에 따뜻한 물 한잔, 무조건이다. 틈틈히 수시로 물을 마시고 있다. 한동안 물 대신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더니 서서히 변화가 왔다. 건강했던 장도 안 좋아지고 단계적으로 컨디션과 피부도 나빠졌다. 다시 정신 차리고 공복에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아아를 마신다.
5. 그린키위 먹기
그린키위는 비타민c 함량이 매우 높고, 섬유질이 풍부하고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데 좋다고 한다. (우리집 건강박사 친정 엄마께서 알려주신 귀중한 알토란 정보이다.) 2021년도는 매일 2~3개씩 먹었고 당시에 만난 지인들은 피부가 더 환해졌다고 했다. 요즘은 그 때처럼은 못 먹고 있지만 다시 주기적으로 먹을 계획이다.
6. 폼롤러 스트레칭 & 림프마사지
이제 뭐, 폼롤러 스트레칭과 림프마사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반려운동이다. 컨디션이 진짜 다운된 날 제외하고는 매일하고 40분씩 한다. 먼저, 폼롤러로 전신을 풀어준 후 목과 귀, 쇄골, 서혜부, 종아리 뒤쪽 부위를 중심으로 맛사지를 한다. 폼롤러 스트레칭 한 지 2년 가까이 되었는데, 하고 나면 물론 개운하고 피부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7. 글루타치온 섭취
작년 여름 점심 때 운전해서 출근을 했더니 왼쪽 눈가에 기미가 생겼다. 그때부터 글루타치온을 섭취하기 시작했고 그 후로 매일 먹고 있는데 신기하게 더 번지지 않고 피부 톤도 미묘하게 맑아지는 듯하여 꾸준히 먹는 중이다.
(* 같이 구매해서 먹었던 분들 중에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이건 개인차가 있는 듯하다.)
8. 1주일에 1번 스크럽 약하게
피부가 얇은 편이라 아주 순한 제품으로 1주일에 1번 스크럽을 한다. 이건 피부 타입에 따라 맞는 방법이 다르니 본인 피부에 맞게 스크럽을 진행하면 될 것 같다.
왼쪽: 2021년도 오른쪽: 2023년 11월
둘 다 세수한 직후 찍은 사진으로, 왼쪽은 형광등 아래에서 오른쪽은 자연광에서의 피부이다. 세월의 흔적을 지울수는 없겠지만 2년 사이 눈에 띌 만큼의 노화가 진행되지는 않은 것 같아, 나의 그 산소같던 노력들이 피부 곳곳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중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