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나는 이십 대나 삽 십 대 초반쯤 되는 줄 알았어. 어쩜 이렇게 피부가 좋아요?"
탕의 뜨거운 김이 아주머니의 시야는 뿌옇게, 내 피부는 더 뽀얗게 만들어 준 덕분이지만, 그럼에도 자꾸 거울을 보게 되는 밤이었다.
결코, 동안(童顔)이 아니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대학생이냐는 말을 종종 들었으니 오히려 노안(老顔)에 가까웠는데 말이다. 그러던 내가 마흔에 이십 대 소리를 듣다니... 동안이라는 말은, 오늘도 여전히 낯설지만 매일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외모 중요” 89%가 그렇다고 응답하는 사회
예뻐야 행복한 나라, 김모미는 불행하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연일 화제
외모지상주의의 한복판,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 내가 가진 실력과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외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외모'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예단하는 자세는 당연히 경계해야 하지만, 그 사람을 판단하거나 헤아리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외모'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모지상주의인 현실을 당장 바꿀 수 없기에, 그 세계 안에서 내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보여지는 아름다움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과 세상의 기준에 낮아져 버린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다 보면, 그 노력들이 모여 꽤 괜찮은 일상으로 보답해 줄 것이다.
그러니, 타고난 외모만으로 우월해하거나 반대로, 좌절하거나 비관하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 강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고 강화하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매력적이고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를 잘 봐줘야 한다. 자꾸 봐야 내가 가진 특색과 개성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예쁘게 보면 정말로 예뻐지듯, 스스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루만져주며 다듬어가면 장점이 늘어난다. 이 장점을 발전시켜 나가면, 드디어 나만의 매력포인트, '아우라'가 생기는 것이다.
* 내가 나를 봐주지 않았던 시절
뽀얀 피부를 가졌던 나는, 바닷가에서 찍힌 단체 사진을 보고 태닝을 시작한다. 가뜩이나 퉁퉁해서 마음에 안 들었던 허벅지가 두부처럼 허옇고 흐물거려 유독 돋보였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모두 구릿빛 피부에, 날씬한 다리의 소유자들이었고, 그녀들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몸매를 더 날씬하고 탄탄하게 보이게 한다고 믿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도 잘 안다. 단체 사진에서 나만 내 얼굴과 허벅지를 주시할 뿐이고, 그녀들도 마찬가지라고. 나의 생각보다 타인은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이러한 인생의 진리는커녕, 스스로의 장점도 보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두부 같은 허벅지 사진을 마주하고 좌절한 나는, 너무나 나답게 태닝을 선택하였다.
친구들과 함께 태닝을 했다. 그녀들은 태닝이 잘 받는 피부였기에 횟수가 거듭되어도 부작용 없이 색이 잘 나왔지만 나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내게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내 피부 특성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무식했던 관리 방법은 나의 피부를, 특히 얼굴 피부를 더 얇고 약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후 작은 자극에도 민감해져 버린 피부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누구를 탓할까, 자업자득이었다. 나는 나의 소중한 피부를 되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 제대로 봐주었다면, 이제 꾸준한 실행만이
(1) 얇은 피부
자극에 예민한 피부가 되어 버렸으니, 그게 무엇이든 피부에 부담을 주는 행위는 안 해야 했다. 피부과 시술은 물론이거니와 얼굴에 손대는 것도 하지 않았다. 얇고 건조한 피부는 주름과 잡티가 생기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라 그렇게 추위를 타는데도 히터를 틀지 않는다. 대신 내복을 여러겹 입기 시작했다. 피부과 시술도 최대한 늦추고자 이너뷰티에 힘을 쏟아부었다. 공복에 미지근한 물, 요가, 폼롤러 스트레칭은 삶의 일부이다. 피부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 철저한 보습과 자외선차단, 매일 아침 화장실 거울을 보며 10분간 선크림을 도포한다.
(2) 팔자 주름
각고의 노력으로 잡티는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했는데 팔자 주름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너무 거슬렸다. 도저희 안 되겠다 싶어, 큰 결심하고 필러를 맞으러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필러 대신 이마에 스킨보*스를 시술하게 된다. 이 시술로 잠시 광나는 이마를 만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얇은 피부로 눈시림이라는 부작용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부작용 덕분에 팔자주름이 좋아졌다. 눈을 그냥 뜨면 너무 시려, 한동안 반달눈웃음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이 웃는 표정이 볼을 위로 끌어올려 줌으로써 얼굴 근육 운동이 되며 희미하게나마 팔자 주름까지 좋아지게 된 것이다.
이게 바로 '웃는 얼굴의 저항성을 이용한 페이스요가'였던 것이다. 의도치 않은 이 '웃는 얼굴의 저항성을 이용한 페이스요가'를 수시로 한 덕분에 눈까지 웃는 표정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요즘은 내게 필러를 추천한 친구조차 내 옅어진 팔자주름을 보고 놀란다.
(3) 두피와 머릿결
나이 들수록 피부와 머릿결이라고 한다. 소중한 두피와 머리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액 순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10년 가까이, 두피와 머릿결을 위해 매일 하고 있는 행위는 3분이 채 안 걸린다. 샴푸 전 혹은 취침 전, 고개를 숙이고 뒷목부터 정수리 방향으로 빗질을 하는 것이다. 빗질은 비듬과 두피에 낀 떼를 미리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어 빗질 후 샴푸를 하면 탈모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샴푸를 못하는 날은 자기 전, 50번 정도 머리를 빗어주는데 하고 나면 정말 시원하고 개운하다. 지병의 원인이 아니라면 탈모는 생활 습관으로 많이 개선될 수 있는 증상이라고 하니, 노화하는 두피와 얇아지는 머리카락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면 시도해 보시기를.
나의 혈액순환과 피부, 머릿결 지킴이들
흘러넘치는 정보의 시대에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관건은 매일, 수시로 해 버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일상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자주 찾는 화장실 서랍장에는 선크림과 빨간 빗, 괄사가 비치되어 있다. 눈이 시려 눈웃음을 치게 되었지만 몇 주간 지속된 이 부작용 덕분에 입꼬리가 올라가고 팔자 주름도 옅어지고 눈까지 웃는 표정이 자연스러워졌다. 눈 시림으로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며 지내오니 반달눈웃음은 유지되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 거울을 봤는데 머릿결에 윤기가 나고, 피부에는 광이 나고, 얼굴 표정이 마음에 들면 잠시나마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 좋은 느낌은 다른 분야로 확장되어 내게 필요한 어떤 행위를 시작하게 되는 동력이 된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다가가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