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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Nov 05. 2023

TED 녹화를 시작하겠습니다

《매일이 짜릿해지는 어른의 글쓰기》 저자, 아름다움님과 함께

아이보리 슬리브리스 투피스, 발렌티노 뮬, 버건디 네일, 우아한 반묶음 머리, 투명하고 반짝이는 피부.

TED 녹화 날의 나의 모습이다. 설레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몇 번의 심호흡으로 진정시킨 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고 녹화가 시작된다.


"Good evening, ladies and gentlemen. I am so honored and happy to be here with you tonight. I felt extremely surprised and over the moon when I got asked to be on this show."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

"18만 원,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 이 돈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의 강연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18만 원은 얼마만큼의 가치인가요? 여러분은 이 금액을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2023년 9월 9일, 저는 글쓰기 수업 등록비로 18만 원을 결제했고, 이 돈은  해를 통틀어 가장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소비가 되었습니다. 작문 수업을 시작으로 저는 버킷리스트 한 켠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저는 너무나 영광스럽고 감사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 기쁘고 흥분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저의  두 번째 책, 《매일이 짜릿해지는 어른의 글쓰기》는 그렇게 출간이 되었고, 여기 계신 독자 여러분들이 사랑해 주신 덕분에 《매일이 짜릿해지는 어른의 글쓰기》는 1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제가 평생을 염원하던 무대에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다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아주 오래전부터 TED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그려왔다. 그 날 입을 의상과 네일 색상, 머리 모양까지 정해  만큼 꼭 서고 싶은 무대이자 이루고 싶은 꿈이다.


슬초브런치프로젝트 2기 공지를 보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듯 신청했다. '이건 꼭 해야 해.' 강렬한 느낌이 온몸을 스쳤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어느샌가 뿌듯하고 스스로가 꽤 괜찮게 느껴지는 날이 늘어갔다. 그 느낌은 매일 읽는 날로 이어졌고,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레 쓰고 싶어졌다. 울림을 주는 문장을 필사하고 거기서 얻은 혜안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강한 감정이 이는 날이면 일기를 썼다. 차곡차곡 나만의 글들이 쌓이는 쓰는 일상은 이제는 정말 잘 써 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조각들, 들키고 싶지 않던 부정적인 감정들, 꼭꼭 숨겨둔 나의 욕망,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날 것의 형체없는 생각들을 실체가 있는 단어로 탈바꿈시키고 싶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간절함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름다움'이 되었고, 이제부터는 아주 잘 쓰는 인간이 되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것을 찾아 준 귀인이었다.




1. 부정적인 감정, 기분 나쁜 경험이 나를 압도할 만큼 두렵지 않다

브런치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제일 좋은 점 한 가지만 뽑으라면, 단연 이거다. 이은경 선생님의 강의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책들에서도 한결같이 말한다. 나의 모든 경험과 생각과 감정들이 귀한 글감이 될 수 있다고, 그것들이 너무 힘들고, 괴롭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분노, 짜증, 화, 우울, 공허, 슬픔, 증오, 경멸 같은 피하기에만 급급했던 그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오히려 글쓰기의 원동력이 된다고. 이 말을 듣는데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2. 내가 좋아진다

남과 비교하며 자책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스스로를 외면하고 미워하는, 자기 파괴적인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선 넘는 그녀와 멍청한 그를 미워하고 증오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없다. 글감을 줍고 좋은 문장을 저장하고 멋진 단어를 발견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가는 걸음걸음이 글감으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이제는 누구를 미워하는 나를 책망할 일이 줄어들었다. 화려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의 단조로움도 예전처럼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3. 이 좋은 걸 공유할 수 있는 멘토와 동지들이 생겼다

우연히 이은경 선생님의 '아들 친구 관계'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다고? 아들 친구 엄마가 볼 수 있을 텐데...?' 신기하기도 하고 그 용기가 부럽기도 해서 구독을 했다. 선생님의 책들과 강의를 보며 '나도 저렇게 대화하고 싶다,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생각해 왔다. 그러다 만났다. 줌에서. 그리고 곧 진짜로 만나게 된다!

동기 작가님들과의 대화는 '활력소'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카톡 대화에서도 느껴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진심 어린 조언들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왜 우리 지금 만났던 건가요?'라고 묻고 싶다.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동지애, 숨겨진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독특한 관계가 생겼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내가 바라던... 어떤 대화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되고 있는 듯하다.






쓰기는 이제 나의 모든 행위의 당위성을 가지게 되었다. 매일 새벽 폼롤러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지겹도록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다시 책을 펼치는 것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마침내 TED에서 강연자로 무대에 스는 그 여정을, 정말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쓰는 일상이 짜잔 하고 그 길을 보여 줄 것만 같다. 마흔 하나, 이렇게 짜릿하고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감사한 하루다.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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