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에서 네 접시만 먹었습니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일단, 과자를 끊겠다고 공표한 지 6일 차.
두 번의 고비가 있었으나 간신히 넘겼다.
뷔페를 좋아했다. 음식을 고르는 재미에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본전을 뽑고 난 후에는 뿌듯함까지 곁들여졌다. 태국의 조식뷔페에서 여덟 접시를 먹던 나를, 남편은 흐뭇하고 뿌듯하게 바라보았고 추가로 한 접시, 그 뒤로도 계속 들어오는 접시들을 보고는 경탄했다.(고 쓰고 '경악'이라고 읽는다.)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거야?
요거트를 피넛버터랑 꿀이랑 섞어 먹는 거야?
신박한 조합이다.
아침부터 거하게 먹는 날, 저 날 요거트에 견과류와 꿀을 섞어 5번은 먹었다. 징하다.
한번 꽂힌 메뉴는 끝장을 봤다. 마요네즈에 빠져 고구마부터 달걀 프라이, 비빔밥까지 듬뿍 찍어 먹었고, 땅콩버터에 꽂혀서는 빵은 물론, 사과와 누룽지 튀김에까지 꿀과 함께 발라 먹었다. 스키피(땅콩버터) 1.36kg 한 통을 몇 주만에 다 먹었다. 총칼로리는 무려 8,432kcal... 땅콩버터의 높은 칼로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숫자를 확인하니 기가 막혔다. 심지어 전혀 배가 부르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한 채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는데 말이다. 이러니 아무리 운동을 해도 빠지지가 않았던 거다. 소스, 드레싱 러버(lover)는 건강식도 그냥 먹지 않는다. 편백찜에는 참깨드레싱을 들이부었고, 다이어트에 좋은 팽이버섯 구이는 불닭 소스와, 만두에는 케요네즈(케쳡 + 마요네즈)를 잔뜩 묻혀 먹었다.
양가감정이 들었다.
날씬함과 건강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관리녀'와 '중독자' 사이의 나,
너무 갭이 크지 않나.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차고 넘치게 알고 있지만, 막상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한 입 먹고 넣어두기 등의 조절 의지는 저 멀리 사라져 버렸고, 내 몸 깊숙이 고착화된 생활 습관은 합리화를 부추겼다. 생리 예정이잖아, 호르몬 때문이야, 오늘 힘들었잖아,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지... 멈추지 못한 채 먹다 남은 흔적만 쌓여갔다.
나는 폭식 전단계라고 느껴지는 신경성 과식, 당 과다섭취, 과자 탐닉, 식사량 조절의 어려움을 갖고 있고 나의 생활에서 이것들을 끊어내고 싶다.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피로연장은 뷔페였다. 내가 과연 조절할 수 있을까?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무너지면 다시 도돌이표다. 늘 그렇듯 샐러드, 고기, 생선으로 시작했고 이어지는 접시들은 가장 맛났던 문어숙회, 연어장, 가지탕수로 채웠다. 보통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디저트 타임이 시작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베이커리 섹션을 매의 눈으로 스캔하며 레스토랑을 오간다. 버터와 딸기잼을 듬뿍 바른 식사 빵으로 시작해 머핀, 도넛, 쿠키, 조미된 견과류,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만으로 네 접시 이상을 흡입한다. 이 날은 그런 패턴을 깼다. 큼직한 초코칩이 박힌 쿠키와 커스터드 크림 푸딩이 눈에 밟혔지만, 파인애플 세 조각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몇 입을 먹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계속 머물다간 입이 터질 걸 알기에 자리를 뜨기로 한다. 눈앞에 있는 음식들을 보고 먹지 않고 참는 건, 나의 의지의 한계를 테스트할 뿐이니까.
그렇게 처음으로 네 접시만 먹고 일어섰다. 운전을 하며 돌아오는 길, 대견하고 기특했다. 운동을 더하면 더했지 음식을 참는 건 불가능했었는데 말이야. 폭식 수준의 과식 후 밀려오는 부대낌과 더부룩함, 또다시 반복되는 날이면 밀려오는 자괴감... 그 오랜 세월을 벗어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할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