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다. 잘 사는 사람들이

오늘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나요?

by 아름다움

인생 42년 차, 결혼 15년 차, 엄마 경력 12년 차, K-장녀, 행복이와 사랑이 엄마, 친절한 OO씨, 며느리, Full- time 워킹맘, Full-time 엄마, 프리랜서... 수많은 역할과 시기를 거치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해왔다. 어느 날 궁금해졌다. 살고, 잘 지내고, 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은 어떻게 하루를 채워가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말'의 힘을. 그리고 매일 '긍정의 말, 감사의 말, 배려의 말, 용서의 말, 믿음의 말'을 실천하고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단어, 그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 한 마디의 말이 얼마나 강력한지 숱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엄마의 말은 그 자체로 아이에게 온기로 가득한 우주가 돼주기도, 지뢰밭처럼 고통을 주며 평생 가슴에 박히는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부모님께,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무슨 말을 했던가.






# 고백 (1)

불평불만이 쌓일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더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몸무게를 매일 재듯, 우리의 관계에도 '나이스 타이밍'을 적용했으면 됐을 텐데... 서운하고 언짢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 초기단계에 내 감정을 말로 표현했다면 그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줄 성품이다. 하지만 그에게만큼은 '말 안 해도 당연히 알겠지.'로 대응하며 혼자 참다 참다 어느 날 아침 화장실에서 나온 그를 향해 급발진하며 쏘아붙였다.

"오빠, 어머니는 왜 그래? 진짜 이해가 안 가. 굳이 그런 말을 왜 해? 그럼 그렇게 해주시던가. 우리 엄마랑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 너무 싫어!!!!!!!"



좋은 의도를 가진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기분이 상했다면 조심해야 한다. 어머니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셨지만 내 기분은 이미 상해버렸다. 제때 짚고 넘어가지 않고 지나가 버린 말들에 마음은 곪았고 오해는 쌓여갔다. 마음이 돌아섰다. 무슨 말을 해도 고깝게 들렸다. 어머니를 진심으로 따르고 좋아하던 시간들, 함께 나누던 소중한 추억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부정적인 감정으로 활활 태워지고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사이좋은 커플도 싸우게 된다는 결혼 준비 기간에도 한 번의 말다툼조차 없던 나와 그였다.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 푹신한 구름 위에 앉아 퐁신퐁신한 솜사탕을 먹고 있는 듯했다. 결혼 10주년, 아이들은 두려움에 말 한마디 못한 채 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차 있는데도 우리는 서로를 공격하고 힐난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희미한 듯 또렷한 그날의 기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던 그와의 결혼이 어쩌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순간이었다. 무서었다. 두려움은 곧 증오와 분노로 변모했다. 이 처절한 싸움은 전적으로 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마음도 몸도 그의 집과 멀어져 갔다.



5년이 흐른 지난 주말, 남편에게 말했다.

"나 다시 예전 마음으로 어머니를 대할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은 나를 꼭 안아주고 고맙다고 했다.

내 마음이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말이었다. 어떤 말에 기분이 상했다면 내 느낌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차분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니 혼자 참다가 곪아 터지지 않았다. 상대를 비난하는 말 대신 내 감정에 집중하여 전달했다.




# 고백 (2)

행복이 7살 때, 주민센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엄청 혼내는 엄마를 목도했다. 그 공간의 공기가 싸해질 만큼 그 엄마는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아이는 민망해하며 주눅 든 모습이었고 분이 풀리지 않는 엄마는 분이 계속 쏴 붙였다. 그때 나는, 어쩜 자기 애한테 저럴 수가 있지, 사람들 보는 밖에서도 저리 애를 잡는데 집에서는 얼마나 더 할까, 당시의 내 기준으로는 이해도 납득도 안 되던 행위였다. 찰나였지만 윽박지르는 그 엄마의 얼굴은 내 눈에도 참 무섭고 싫었다.


'난 절대 저러지 않아, 화내지 않고 차분히 얘기해도 아이는 다 알아들어, 그게 어른인 엄마의 자세이자 역할이야.'라며, 약간의 우월감도 느꼈던 것 같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던 나의 믿음은 불과 일 년도 안 되어 산산조각 났다. 정도만 달랐을 뿐, 아이에게 화내고 짜증 내고 독설 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행복이에게 화냈던 저녁, 후회스럽고 미안해서 얼마나 자책을 했는지 모른다. 반성과 후회가 무색하게 점점 화내는 빈도도 수위도 세졌고, 이게 내 밑바닥이구나, 절망했던 것도 모자라 다음 날에는 더 깊은 지하가 있음을 발견했다. .어느 밤, 엄청 혼나고 울다 잠든 행복이를 보며 나는 내가 너무 혐오스러워 한참을 펑펑 울었다.


엄마의 말은 아이의 온 우주라는 사실을, 진리를, 방법을 온몸으로 다 알면서 왜 당시에는 까맣게 잊고 내뱉어 버린 걸까.







나도 한 때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해 주는 엄마였는데...

나도 그때는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귀 기울여 주고, 위로의 말을, 응원의 말을, 기대의 말을 해줬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

오늘은 친절한 엄마가 되기를, 마음을 다잡는다. 따뜻하고 다정해서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엄마의 말을 위해. 알고 있어도 입에 붙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편한대로 나오고 만다. 그러니 말투도 연습만이 살 길이다.



* 알고 있는 좋은 말,

"빨랫감은 통에 넣어줘,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하다 보면 나아져.


* 내 입에서 나온 말,

"몇 번을 말해야 해? 백 번은 말한 것 같은데 계속 같은 말 들으면 너도 지치고 하는 엄마도 힘들어."


* 나의 과제

"항상 이래." (부정의 일반화 및 증폭) 대신 "앞으로는 이렇게 해줘." (당부)로 말해보기


아이의 실수를 끊임없이 지적하거나 훈육한답시고 짜증을 낸다고 배우는 그 시간이 앞당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마음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이다.





과거의 잘못을 나열하고 증폭하는 것은 반칙입니다.
과장 없이 사실을 전하고,
관련 없는 이야기로 주제를 흐리지 않는 것,
두 가지면 됩니다.
<엄마의 말 연습>




아이를 늦지 않게 등교시키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엄마의 말 연습>


불안하고 걱정되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뿌렸던 긍정의 씨앗은
결국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게 마련입니다.
<엄마의 말 연습>




엄마의 말 한마디는 아이의 인생이 된다.
<하루 5분 엄마의 말습관>





옳은 말, 맞는 말, 걱정돼서 하는 불안한 말, 잘 되라는 마음에 하는 잔소리로 퍼져버린 말, 이런 말들 말고 지금의 아이에게 집중하며 다정한 한 마디 해주는 엄마이고 싶다. 더 좋은 엄마가, 어른이 되고 싶은 나의 간절함이 꼭 가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