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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DEVELOPMENT May 08. 2022

꿀벌 실종사건과 국제개발

지속가능한 농업의 필요성

지난 겨울과 봄, 국내 양봉농가에서 수많은 꿀벌 피해 사건들이 접수되어 이슈가 되었습니다. 월동을 마치고 봄을 맞이하여 일을 시작해야 할 꿀벌들이 사라졌다는 피해 소식이었는데요. 최근에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만 총 77억 마리의 꿀벌들이 사리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전체 양봉농가 2만 3천여곳 중 약 18%에 해당하는 4천여 곳의 양봉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꿀벌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꿀벌은 인류의 생존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입니다. 수분매개의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야채, 과일, 종자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꿀벌이 식물의 수술의 꽃가구를 다른 식물의 암술에 옮기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인류가 의존하고 있는 과일 및 종자의 75%는 꿀벌과 같은 수분매개체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환경 및 생태계 보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수분매개체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영향으로 인해 현존 수분매개체들의 멸종률이 100-1,000배 가량 높아졌으며, 벌이나 나비 같은 수분매개체의 경우는 40% 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https://pin.it/7KUMDqK

국내에서 최근 발생한 꿀벌 77억 마리 실종사건도 이와 같은 위기의 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인 위기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꿀벌의 개체 수가 주는 현상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지만 이상기후, 해충 피해, 과도한 농약 사용 등이 그 원인으로 뽑히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국내의 피해 사례들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9-10월의 저온현상 및 11-12월의 고온현상, 응애(해충) 피해를 막기 위해 3배 이상 사용된 방제용 약제 등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으로 얽히며 꿀벌의 대량 폐사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는, 국내 농촌에서 드론을 사용한 농약 방제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며 꿀벌 역시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꿀벌들의 대량 폐사 현상,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국제개발, 특히 농업농촌개발 분야에서 기후정의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당장의 농업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 농촌 주민들은 크게 책임이 있지도 않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도너들이 그들에게 친환경적인 농업을 강요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잠재 곡물생산량과 실제 곡물생산량의 차이를 일컫는 Yield Gap*이 1헥타르당 5-10t 가량 되니, 환경 문제보다도 당장의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우선과제인 것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에티오피아 옥수수 생산의 경우 잠재 생산가능량은 1헥타르당 13톤이 넘지만 실제 생산량은 1헥타르당 2-3톤에 그치고 있어 10t/ha이 넘는 Yield Gap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yieldgap.org


하지만 꿀벌 대량 폐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인류의 활동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를 야기한다는 아주 큰 대전제 외에는요.


기후변화가 국내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인류가 대응해야 할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이유는 가뭄, 홍수, 기온상승 등의 현상들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불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불확실성(Uncertainty)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인간의 지식이 쌓이고 쌓인다 하더라도, 앞으로 기후변화가 어떤 일들을 일으킬지 정확히 예단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술과 지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이유이며, 인간이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는 되먹임(Feedback)이라는 작용이 있습니다. A현상이 발생되면 B현상으로 이어지고, B현상은 다시금 A현상을 부추기게 되는 과정을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그 반대되는 현상을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라고 합니다. 많은 자연현상들이 이렇게 꼬리의 꼬리를 물며 계속해서 증폭되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증폭의 크기를 감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요소가 크나 큰 나비효과가 되어 온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꿀벌 대규모 폐사 현상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국제개발 현장에서도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듯이 자연 생태계에 개입하는 순간부터 지역의 생태계는 점차 훼손되다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도한 화학비료, 살충제 및 제충제 등의 지원은 개발도상국의 농업생산량 증대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 등 자연자원이 부족하고 농업 인프라, 사회보장제도 등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피해에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화학비료나 농약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농법이나 유기농법만을 고집하자는 의견이 아닙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현장 상황에 적합하지 않고 이상적이기만 한 접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학비료든 농약이든 적정 수준을 찾아 그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Ecosystem-based Approach, Nature-based Solutions 등 생태계 보호와 개발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법들이 계속해서 시도되어야 하고 더욱 주목받아야 합니다.


환경보호와 생산량 증대.  두가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만을 강조하는 접근과 시각에 반대합니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두가지는 동시에 달성되어야  목표입니다. 어쩌면 생산성 증대만을 목표로  때보다 비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질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을  있습니다.


하지만 꿀벌 77억 마리가 사라진 후에 뒤늦게 원인을 찾는 것보다, 첫 시작부터 보다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은 더 더뎌질 수 있지만 더 큰 위기를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 국제개발 이라는 이름으로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과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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