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는 왜 늘 주변을 살피는가?

육식동물의 시선, 초식동물의 시선

by 너머

우리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판단한다.

마치 자연 속의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처럼.


육식동물은 본능적으로 사냥을 위해 앞만 본다.
시야는 좁지만 날카롭다. 목표에 집중하는 대신,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적이며,

한 방향으로 뻗은 삶의 추진력을 상징한다.

사회적으로는 흔히 리더, 성취자, 개척자와 같은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시선을 가진 사람은 목표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환경을 두려움보다는 기회로 본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기본적 신뢰(basic trust)'의 결과일 수 있다.

유년기에 충분한 애정과 보호를 받은 사람은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들은 위험을 경계하기보다 가능성을 상상하고, 관계보다는 성취를 우선시할 수 있다.


반면 초식동물의 시선은 다르다.
그들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끊임없이 주변을 살핀다.

위험이 어디서 다가올지 모른다는 전제 위에서 움직인다.

생존을 위한 감각은 늘 예민하고, 타인의 눈치와 상황 변화에 민감하다.

초식동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들은 세상의 위험에 먼저 반응하고,

관계 속 갈등을 빠르게 감지하며, 실수보다 실망을 더 두려워한다.

이 역시 유년기의 경험과 밀접하다.

불안정한 애착 환경, 혹은 예측 불가능한 양육자는

아이에게 '세상은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그렇게 자란 사람은 타인의 반응을 먼저 살피고,

자신의 존재보다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가질 수 있다.


시선은 진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이 비유는 단순한 생존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어떤 관점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가의 문제다.

육식동물의 시선이 옳거나, 초식동물의 시선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각자의 생애사와 심리적 기반에 따라 시선을 형성하며,

그 시선이 곧 우리의 반응이 된다.

어릴 때 사랑받고 지지받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세상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조심스럽게 탐색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때론 우리는 육식동물처럼 밀고 나아가야 할 때가 있고,

또 어떤 순간엔 초식동물처럼 멈춰 서서 주변을 살펴야 할 때가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성장과 관계 속에서,

우리는 때로 목표 중심적으로,

때로 방어 중심적으로 자신을 조율한다.
그러므로 지금 당신이 초식동물처럼 살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육식동물처럼 살아가는 이들 또한,

어쩌면 누군가의 깊은 사랑 속에서 감히 앞을 볼 수 있게 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채, 같은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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