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실없는 장난? 그 가벼움의 무게

관계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가벼움의 기술이자, 따뜻함의 언어

by 너머

사람들은 흔히 진지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관계의 정석이라 말한다.

그러나 관계는 반드시 진지한 것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문을 여는 것은 예의보다는 여유, 무게보다는 가벼움일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은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엉뚱한 말로 웃음을 만든다.

때로는 스스로를 살짝 희화화하며, 상대가 웃게 만든다.

단순히 ‘재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약간 깎아내림으로써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전략일 수도 있다.


유쾌함은 배려의 또 다른 얼굴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진정한 사랑과 배려는

타인의 세계에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때 '조심스럽게'는 꼭 조용하거나 무겁게만 이뤄지지 않는다.

가벼운 유머, 의도된 어색함, 실없는 말장난은

타인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경계를 무너뜨리는 섬세한 기술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완충 장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이미지나 체면을 일부러 낮춰 타인의 부담을 줄이는 행위는,

‘자기 비하적 유머(self-deprecating humor)’로도 알려져 있다.

이 유머는 타인의 방어를 완화시키고, 관계 형성의 문턱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진다.


스스로의 무게를 줄여 타인을 끌어당기는 힘

중력을 낮추면 더 많은 것이 끌려온다.

사람이 마찬가지다. 너무 진지하고 완전해 보이는 사람은 가깝기 어렵다.

실수를 드러내고, 장난을 걸며, 스스로의 틈을 보여주는 사람은 왠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 장난은 결코 가벼운 마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관계를 향한 진지한 의도와 따뜻한 배려에서 비롯된 고도의 정서적 민감함이다.


실없는 장난을 건네는 사람은 어쩌면,

당신이 움츠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웃기기 위해’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기 위해 농담을 건넨다.
그런 장난은 우스꽝스럽지만, 결코 우습지 않다.
그것은 관계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 가벼움의 기술이자, 따뜻함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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