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다 같이 놀고 싶어!_리더의 재인식

분열보다 연결 – 아이가 말해준 리더의 철학

by 너머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의 어느 오후.
하원 시간, 나는 아들을 데리러 갔다.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깔깔대며 놀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문득 물었다.


“너는 따라다니는 게 좋아? 대장은 되고 싶지 않아?”


질문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군 간부로서 10년을 지냈고,
여러 조직에서 리더로 살아온 나는
‘따라가는 것보다 이끄는 것이 낫다’는 전제를 자연스럽게 지니고 있었다.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응” 하고 답했다.
“왜?”라는 나의 질문에

아들이 덧붙인 말은 너무도 단순했고,
그 단순함은 나의 오랜 신념을 무너뜨릴 만큼 강렬했다.


“대장이 되면 상대편이 생겨서 한편 하고만 놀 수 있어. 난 다 같이 놀고 싶어.”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공동체의 철학


아들의 말은 단순한 동심의 언어였지만,
그 안에는 강력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자연 상태의 인간’이 본래 선하다고 보았다.
경쟁과 위계는 문명사회가 만든 후천적 구조일 뿐,
아이들은 본래 공존과 연결을 원한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많은 경우 리더십은 경쟁에서의 우위,
다른 사람들 위에 서는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아들은 리더가 되지 않음으로써,
분열 대신 통합을 선택했다.

아들의 선택은 함께 놀고 싶은 마음, 모두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심리학적으로 본 어린이의 사회성


아동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유아기 아이들은 또래와의 관계에서 소속감수용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누군가의 리더가 되는 것보다,
누구에게도 소외되지 않는 상태가 더 안정감을 준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동시에 누군가와 경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유아기 아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인 배제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아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간파했다.
리더십보다 더 근원적인 욕구, “다 같이 있음”의 상태를 원한 것이다.


‘함께 놀기’와 성숙한 사회


아들의 말은 어른이 된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나는 리더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진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더 인정받고, 더 앞서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서였을까?


아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진짜 좋은 놀이는,
누군가를 따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함께 노는 것임을.


아들은 작은 공동체 안에서
배제 없는 리더십, 지배보다 연결을 우선하는 가치를 보여준 셈이다.


다시, 나를 돌아보게 만든 아들의 말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연마했던 리더십은

혹시 누군가를 ‘한편’으로 만들고,

또 누군가를 ‘상대편’으로 돌리는 기술은 아니었을까?


아이의 말은 내 안의 질문을 일깨웠다.
이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것,
조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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