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하기는 약함이 아니라 성숙의 표현
자신의 자존감과 안정, 그리고 행복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 중 하나는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능력이다.
살다 보면 보아서 힘들고, 들어서 힘들고, 알아서 힘든 일들이
차라리 모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가 있다.
이는 단순히 회피나 무지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의 지혜일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 부른다.
우리는 모든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어떤 것에 주목하고 어떤 것을 흘려보낼지 선택한다.
만약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알고자 한다면 우리의 정신은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른 척하는 태도’는 때로는 건강한 심리적 방어 기제가 된다.
철학적으로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생각이다."
즉, 어떤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알지 않는 것이, 혹은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을 훨씬 더 자유롭고 평온하게 만든다.
현대 심리학자들은 이를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라고 설명한다.
즉,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지 않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이며,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은 흘려보내는 능력이야말로 마음의 탄력성을 높이는 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른 척하는 기술"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나를 소모시키는 불필요한 감정적 짐을 내려놓는 용기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흘려보낼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