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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Aug 31. 2023

백구와의 15년

영원한 추억

 백구의 첫 만남은 기억에도 선명하다. 작은 몸짓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순간, 우리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처음으로 백구를 품에 안았을 때의 따스함, 부드럽게 내 손을 핥아주던 백구의 모습은 지금도 내 눈앞에 선하다.


 시간이 흘러 대학 생활이 바쁘게 흘러갈 때도 백구는 항상 나의 곁에서 기다려 주었다. 길게 이어지는 강의와 끝없는 과제, 친구들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백구는 문 앞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백구의 꼬리 흔들림과 환한 눈빛은 어떤 힘든 날에도 나를 위로해 주는 힘이 되었다.


 백구와의 인연은 우리 가족이 꾸준히 다니던 교회에서 시작이었다. 교회 식구의 집에서 새끼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 마리를 분양받게 되었다. 당시에 교회에서도 한 마리의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교회에 뿌린 내린 강아지도 명성은 높았다. 밝은 성격과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으로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내 곁에 오게 된 백구가 훨씬 더 특별했다. 백구와의 산책, 함께 보낸 휴일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물론, 인정한다. 백구와의 생활도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작은 기척에도 지나치게 짖는 모습은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때로는 정신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격렬했다. 주로 마당으로 길고양이가 침입했을 때였다. 그리고 가끔이지만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는 꾸짖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보호 본능이었던 것 같다. 그 짖음은 우리 가족을 위한 백구의 필사적인 충성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백구와 함께한 모든 순간은 내게 소중한 추억이다. 가을바람이 부는 저녁, 백구와 함께 걷던 길을 혼자 걸어오며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백구의 발자국을 찾아본다. 마음 깊이 허전함이 내려 않는다.

 그런 백구와의 소중한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의 개 백구와의 시간은 끝났지만 백구와 함께한 순간들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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