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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Aug 27. 2023

불빛 없는 거실

TV 없는 세상에서 찾은 나만의 세상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내가 이 말을 할 때면 사람들의 놀란 눈빛과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마주하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TV는 일상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다. 일종의 정보의 통로이자, 휴식의 도구, 가족 모두가 모여 웃고 울며 공감하는 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나는 그런 보물 같은 TV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먼저 TV가 없는 우리 집 거실은 조용하다. 그 조용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 혹은 그저 화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때, 그 어떤 소음도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TV 프로그램 스케줄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TV가 없다고 해서 정보와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다양한 기기가 존재한다. TV가 없어도 손쉽게 실시간 뉴스를 얻을 수 있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깊은 정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만의 관심사를 직접 골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거실 한쪽을 가득 채우는 책장. 그곳에는 TV 없는 시간 동안 읽은 책들이 줄지어 꽂혀 있다. 그 책들은 나의 빈약한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세상을 더욱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도와준다.


 TV 없는 삶의 불편함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특히 KBS 수신료 문제는 정말로 화가 나는 불편함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 번거로운 수신료 해지 과정과 불시의 집 방문. 밤 중에도 TV가 진짜로 없는지를 확인하러 오는 것, 그렇게 문을 두드리는 경험은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불쾌하다. 하지만 일시적인 불편함은 TV 없는 생활의 진정한 가치 앞에서는 사소하게 느껴진다.


 TV 없이 보내는 나날은 나만의 소중한 시간으로 풍성해진다. 그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더욱 세밀하게 돌아보게 되었고 가족과의 대화에도 더 깊이 집중하게 된다. TV의 부재는 공허함을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책 페이지를 넘기는 부드러운 소리와 리듬감 있는 타이핑 소리, 그리고 자주 놓치곤 했던 내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TV 없는 나만의 공간. 그곳은 조용하면서도 무엇도 부족함 없는 세상이다.


 종이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감촉과 함께 그 속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이 글로서 현실화된다. 그런 특별한 순간 속에서 고요함은 나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한다. 고요함과 집중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의 존재와 주변의 세계를 더욱 뚜렷하고 깊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성장한다.

 이렇게 TV 없는 나만의 세상에서 나는 조용히 내 인생의 중심을 찾아가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과 무분별한 정보의 파도를 벗어나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품에 안고 있다.

 나에게 TV는 없지만, 고요함과 집중의 순간들로 가득 찬 나만의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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