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빠 차에 타면 언제나 흥미진진한 순간이 펼쳐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빠는 조수석 헤드레스트에 손을 얹고 멋지게 후진을 하곤 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로 멋졌다. 그 시절 아빠의 차는 '가자!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광고로 유명했던 갤로퍼였다. 이 차는 정말 어디든지 밟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강인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 이제는 내 남편의 차가 우리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로 17년 된 이 차는 이미 폐차된 택시의 평균적인 주행거리인 30만km를 훌쩍 넘었다. '1년만 더, 1년만 더'라며 폐차를 미뤄오다가, 최근에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드디어 새 차를 사는 건가 싶었지만, 남편은 퇴근길에 단골 카센터에 들러 8만원을 주고 에어컨을 수리해 왔다.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남편이다.
작년에 사고로 반파된 할아버지의 차는 2002년식이었고, 20대의 청춘이었던 동생이 취업에 성공하면서 출퇴근 용도로 물려받았다. 21년 된 차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만큼 차는 쌩쌩하게 달렸고, 동생도 그 차 안에서 자유로웠다. 물론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동생은 새로운 SUV를 소유하게 되었는데, 차종에 약간 갸우뚱하게 되었다. 아빠가 알고 지내던 절친한 친구분의 사정이 딱하여 돕는 셈치고 약간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의 차를 구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골라둔 차가 있었던 동생은 그 대가로 부모님께 차 값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았다.
보기에는 그럴싸했던 차에 요즘 차라고 보기에는 무색하게 뭔가 빠진 게 많았다. 결국, 동생은 1년 만에 또다시 차 사고를 겪게 되었다. 상대방 과실 100%였으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동생이 직진을 하던 중 옆 차로의 차가 방향지시등 없이 유턴을 하려고 차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마 사각지대에 있었던 모양이다. 동생은 정면으로 들이받을 뻔한 걸 본능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며 측면을 박았고, 차는 전도되었다.
만약 동생의 차에 차선이탈방지 기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ABS 브레이크가 걸리며 속력을 줄이며 정면으로 박아서 전도는 막을 수 있었을까? 나는 아주 대중적인 차를 소유하고 있는데, 차선이탈방지 기능도 있다. 방향지시등을 넣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핸들이 묵직해진다. 물론 억지로 돌리면 돌아가긴 하지만, 고속에서는 핸들이 더 무겁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고 직전이라면 더 강력하게 핸들이 잠기지 않았을까?
비인기 차종의 비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도된 차는 그대로 폐차 수순을 밟았다. 찌그러졌을 뿐, 보닛을 열어봐도 큰 피해가 없었다. 다만 부품값이 비싸고 수리 대기 시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수리비가 차량가액보다 높게 측정되어 전손처리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동생이 외상 하나 없이 무사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어린 시절 아빠의 갤로퍼와 남편의 낡은 차, 동생의 사고를 당한 차까지 다양한 차량과 함께한 우리 가족의 일상이 떠오른다.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차는 우리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때로는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기도 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전 기능이 많아지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주의와 책임감이다.
차선이탈방지 기능, ABS 브레이크, 에어백 등 다양한 안전 장치들이 우리를 지켜주지만, 그것들이 우리의 모든 실수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운전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기술의 발전을 믿고, 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를 탈 때마다 아빠가 조수석 헤드레스트에 손을 얹고 멋지게 후진하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안전 운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차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도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운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