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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헷 Aug 01. 2023

풍요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아픈 날들엔 종종 명상을 했다. 빛이 암을 녹이는 상상요법과 함께. 혼자서는 잘 안돼서 유튜브에 올라온 명상 가이드를 따라하곤 했다. 상상요법 검색을 해보면 '건강'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것이 '풍요'에 대한 소망이었다.


풍요를 기원하는 수많은 영상들을 지나쳐 내려가며 '풍요를 ? 팔자좋네.' 생각했다. 풍요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 내년이 있을까가 걱정이었으니. 통증만 없어져도 좋겠다 싶던 그때의 내게 풍요란 배부른 소리였다.


요즘 '풍요' 키워드에 눈길이 가는  보니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긴 했나보다. 아니 애초에 건강과 풍요는   없는 불가분의 관계지 싶다. 건강 없는 풍요로움이 있을까?(풍요를 누리지 못한다) 풍요없는 건강이 있을까?(결핍은 병을 부른다) 하나가 없이 하나가 오래가긴 쉽지 않다.




아프면서 알게 된 삶에 대한 개꿀정보가 있다면 '인생 별거 없다'는 거다.

그동안 배워온 것, 성취해온 것들, 목표로 하던 멋진 꿈들, 만나온 사람들, 인간관계, 경험치 모두 죽음 앞에선 아무 매력이 없었다. 지난한 고통의 터널에서 중요했던 건, 그저 곁에 머물러 준 사람들, 그들이 건네준 진실된 응원, 혹은 돈(요긴했다)이었다.


다시 건강을 되찾으면 전처럼 위에 나열한 것들을 맹목적으로 쫒으며 살지는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죽음 앞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더 많이 추구하고 누리고 베풀며 살아야지 하고.


몸이 좋아지자마자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갚아야 할 마음의 빛이 많았다. 마음의 빛은 돈으로 갚는게 가장 쉽다. 돈쭐이라도 내주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없으니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데 통장이 텅장이니 할수 있는게 없다. 풍요로워져야겠다.


마음은 이미 풍요로우니 남은 건 통장이 풍요로워지는 일이다.


이젠 나도, '풍요' 같은 소리 하고 자빠져 봐야겠다.



Unsplash의Saad Chaudh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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