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난주
쉬운 비판의 지점이 셋 있다. 하나는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고, 둘은 북한을 비판하는 것이며, 셋은 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다. 세 번째의 경우에 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다양하다. 필자는 다양한 비판의 지점 중에서도 경험칙을 우스갯소리로 만든 언사에 관해 말하고 싶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부터 터져 나오는 실소는 소위 대통령의 급에 어울리지 않으므로 비롯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짧은 경험으로 타인의 수고스러움을 공허하게 만들고, 압축성장이라는 비극이 초래한 시간의 괴리 정도는 웃어넘기자는 것으로 도무지 허탈한 자조가 아니고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근래 필자가 정말 ‘해봐서 아는 것’이 있다.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백수생활이 그것이다. 이것은 정말 해봐서 알겠으나, 아름답지 않다. 노력 대비 성과의 비가시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사회적으로 가장 연약한 입장에 서서 가녀린 눈망울로 세상을 응시하는 태도를 체화시킨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된다. 이에 근거하여 「김태은의 지난주」가 주목한 지난주의 가장 중요한 뉴스는 〚‘2016년 2월 고용동향’, 구직단념자 47만 4천 명… 전년 동월 대비 1만 8천 명 증가(20160316/동아일보)〛이다. 3월 16일 통계청이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것에 따른 기사이며, 이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4.9%로 전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노동력 인구에 대한 실업자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만 1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노동할 의지와 능력이 있으나, 일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비율을 일컫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양태가 천차만별이고, 어제까지 출근하던 이웃이 하루아침에 실직을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또한 부지기수인 탓으로 정밀한 측정은 매우 어렵다. 특히 특유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특수성이 두드러진다. 대학가에 흔한 졸업 유예자와 공무원 준비생을 비롯하여 군인, 집안일을 돕는 무급 가족 노동자, 흔히 알바와 막노동이라 불리는 임시직근로자와 일용근로자, 그리고 주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상당수의 사람은 실업률 통계에 실업자로 포함되지 않는다. 이른바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654만 명에 이르렀다.
취업의 의지 및 시간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난 4주 동안 취업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과 아르바이트 등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모두 구직단념자 및 취업자로 추산되어 실업률 추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얼핏 보면 실업률 통계라는 것이 그 자체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통계청이 의도적으로 추산 방식을 계량화하여 추산하는 것은 아니며, 엄연히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부합하여 추계하고 있다. 주지할 사항은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우리나라의 특수성, 대학교, 군부대, 노량진, 가정에 있는 사람들이 누락된 지표를, 가장 주된 것으로 인지하도록 하는 방식의 부적절성에 존재한다. 현 정부에서도 정권 초기 고용현황에 관한 주요 지표로 실업률이 아닌, 고용률을 사용하겠다고 하였으며, 통계청에서도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한 경기 요인만으로 작성된 실업률인 계절조정 실업률을 적용하기 위해, 1982년 7월 자료부터 데이터베이스화를 실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이 이루어지고는 있다. 이런 노력들의 소산으로 조금 더 엄밀하게 분석한 계절조정 실업률 조차 전년 동월 대비 0.3% 포인트 상승하였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준생의 다양한 경우들을 모두 제외하고도 청년(15∼29세) 실업률은 무려 12.5%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이다.
통계청의 주된 발표치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사태는 심각성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지난주에 대중은 이 뉴스를 접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총선 정국이 야기한 뉴스의 쏠림 현상으로 인함이다.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는 -통계청에서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3월 16일 자 뉴스의 오프닝에서 ‘여당 의원 한 사람의 공천 여부를 이렇게 매일 중계방송하듯 보도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에 빠진다는 취재기자들의 소감을 전해드리면서’라고 전하며, 총선 정국에서의 관심의 불균형이라는 현실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 현재 정치권의 공천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지표들이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어려운 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정치인들의 모습만으로 지면을 채우는 언론의 보도 방식은 분명히 아쉽다. 이를 미필적 고의라 표현한다면 지나친 수사일까?
마지막으로 수월한 비판의 대상을 추가한다. 현직 대통령이다. 지지율로 보아 명백히 호불호가 갈리는 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지점은 전직 대통령의 그것만큼이나 다양하다. 본고에서 필자가 단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공약의 파기에 관한 것이다. 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 중 상당수가 이행되고 있지 못하거나, 이미 파기되었다. 필자는 이해심이 넓은 사람으로서, 상황에 따라 약속을 지킬 수 없음에 대해 충분히 양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이 내건 약속을 쉽게 폐기하는 모습은 사회적으로 약속이라는 가치를 저렴하게 만든다는 부차적 문제를 초래한다. ‘신뢰의 상실’이라는 본인조차도 의도하지 않았을 악영향에 기여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불신의 사회는 결국 우리 사회를 믿음을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방향으로 구조화한다. 대통령이 내건 숱한 청년 관련 공약이 무색하리만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주간이자, 선거철이다. 보도블록에 버려진 후보의 명함에 ‘청년 일자리 확충’이라는 문구가 또렷하다.
본고에 사용한 그래프 및 도표는 통계청에서 2016년 3월 16일 발표한 '2016년 2월 고용동향 보도자료.pdf'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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