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된 뉴스

스무 번째 지난주




전제


흔한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굳이 조어(造語)하여 이름을 붙이자면, ‘부분 긍정(部分 肯定)’쯤 되겠다. “물론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 맞다. 하지만…….”으로 사용되는 문장 구조가 대표적 용례다. 그렇다. 범죄임이 분명한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한, 이미 공유된 견해에 편승함은 선택의 여지조차 불필요한 일이다. 불법으로서의 성매매와 회사 자금의 사적 유용은 단순히 대중의 비난이 아닌, 법적 심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지난주」에서는 이 모든 사실을 전달받은 방식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엄중한 문제


“덮어버릴 수 없는 엄중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¹


7월 21일 자 「뉴스타파」 보도를 시작하며 최승호 PD는 위와 같은 이유로 본 건을 보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콕 집어서 세부 이유를 밝히고 있지는 않기에, 이어지는 보도 내용을 통해 ‘엄중한 문제’라고 판단했을 법한 근거를 찾아본다. 우선 성매매라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의 성격을 꼽을 수 있다. 「뉴스타파」 팀의 다양한 검증을 통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기에, 별다른 부연이 필요하지 않은 사항이다. 또 하나, 회사의 자금을 개인의 향락에 이용하였음이다. 「뉴스타파」가 방점을 찍고자 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와 같은 재벌의 행태를 수술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최 PD의 마지막 멘트는 이를 증명한다.


캡처.JPG * 7월 21일 자「뉴스타파」를 진행 중인 최승호 PD


모든 성매매 범죄가 뉴스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미래부 고위 공무원의 성매매가 보도되었듯, ‘공인(公人)’으로 여겨지는 인물이 저지른 성매매 범죄가 뉴스를 타는 일은 이상할 것이 없다. 도리어 적극적으로 알려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대기업의 오랜 병폐인 재벌가의 기업 독점 체제로 비롯된 사항도, 물론 일부만이 전해지고 있을지언정, 최근 롯데의 경우를 비롯하여 소위 ‘뉴스거리’의 단골 소재임은 분명하다. 이렇게만 놓고 보자면, 「뉴스타파」의 보도를 두고, 보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론이 길었다.








친절하거나, 추하거나


발에 채는 것이 유명인의 가십이요 스캔들이다. 심지어 요즘은 뉴스가 아니더라도, 단톡방에서, 카페에서, 인터넷의 여기저기에서, 타인의 사정쯤은 가볍게 떠다닌다. 그런데 특히 뉴스에 있어, 성관계에 대한 사항은 -설령 그것이 성매매와 같은 범죄일지언정- 활자나 자료화면으로 전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극히 불미스럽게도 동영상이 유출된 적은 있었지만, 뉴스 매체에서 그 일부의 소리와 영상을 전하는 경우는 일전에 본 바가 없다. 특히 앞서 언급한 ‘엄중한 문제’를 보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성매매 범죄와 그룹 차원의 관여가 현장의 모습을 통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전할 수 없는, 그런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엄중한 문제’를 보도해야 한다는 명분을 빌어, 말초적인 자극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심지어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대한 불쾌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 누구도 70대 노인의 변태적인 성관계를 유쾌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좋게 보자면 너무 친절했고, 나쁘게 보자면 근래 본 그 어떠한 뉴스 중에서도 가장 추했다.





목적과 수단


이제부터는 삼성 돈을 목구멍에 쳐넣을 생각만 하는 찌라시들조차 삼성을, 이건희 회장을 이 나라의 가치를 대표하는 존재인 양 미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 의식 속에 내면화되고 있던 삼성에 대한 두려움, 이건희라는 초현실적인 권위에 대한 세뇌된 경외가 이제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²

최승호 PD가 직접 밝히고 있는 ‘엄중한 문제’에 대한 보도가 거둔 부가적인 효과이다.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다. 실제로 소수 권력이 향유하던 신화의 붕괴는 일반 민중의 성취로 전이되고는 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삼성과 이건희가 누리던 절대적 존재의 위상에 상처를 내었다고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한 인간의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을 외설적으로 드러내는 시도로 거둔 성과가 ‘대한민국 재벌개혁’에 있어 지속 가능한 수단일 수는 없다. 또한, 저열함을 들추는 방식으로 깎고 또 깎아낸 존엄의 끝에 남겨질 공허함을 생각한다. 그리고 ‘삼성은 절대 악이며, 이것은 전쟁과 같다’는 식의 통념에 대한 사견은 차치하더라도, 지킬 것에 대한 선은 그어 두고 넘나들지 않는 최소한의 도의를 찾아본다. 결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기준과 기준들


개인의 의식 이전에, 피아 식별을 선행하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은 이번 건을 통해서도 노출되었다. 이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옮겨 싣는 언론사와 그렇지 아니하는 언론사를 구분하여, 다른 통에 담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SNS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일견 합리적 판단으로도 보인다. 지면에 실린 기사를 통해, 적어도 무엇인가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사라는 워터마크를 찍어주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사안에 있어, 판단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유일한 기준은 ‘삼성의 눈치를 보는가?’였다. 하지만, 과연 여타의 언론사에서 판단했을 기준이 단지 그것 하나뿐이었을까? 어떤 언론사는 삼성의 압력뿐 아닌, 공공의 이익, 윤리성, 최소한의 도의와 같은 것을 판단의 잣대로 삼았을 수도 있음이다. 그러므로 이를 두고, ‘자료화면’을 내보냈다고, 혹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고 심판대에 올려두고 단죄하려 드는 일은, 단지 오래된 피아 식별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진도가 요원하다.








타파된 뉴스에 묻다.


이 나라의 대기업이 재벌가 중심으로 운영됨으로 비롯하는 묵디 묵은 병폐들이, 이런 천박한 사례를 빌지 않으면 단 하나의 뉴스거리도 찾을 수 없을 만치 희소한 사태인가? 굳이 다 늙어 생사여부가 회자되는 노친네의 살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 ‘네 키스 덕분에 XX 했다’는 음성을 실어, 보는 이의 머릿속에 그려줘야지 만이 부각할 수 있는 문제였나? 대체 이렇게 하면, 한 번에 괴멸되는 사안이긴 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하며, 이것으로써 한국 사회의 특정 계층은 모조리 부조리하다는 관념을 심어주는 것은 또한 타당한가? 혹시, 영화에서나 보던 모습을 스크린 밖에서 접하게 하며, '내 그럴 줄 알았어'의 심상을 공유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주 조금도 없었나? 그렇게 해서 높아진 관심으로, 안도하고자 하는 바람이 진정 없었나? 이것이 그토록 힘들게 싸우다 내몰려 겨우 일구어 놓은 터전에서, 기존의 뉴스를 타파하고 세상에 내어놓겠다던 바로 그 뉴스가 맞는가? 본래부터 이런 뉴스가 하고 싶었던 것이 정말 맞는가?


아름다울 정도로 정의롭고, 능력 있던 이 땅의 PD와 기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려, X 묻은 휴지나 줍고 있다. 슬프다.


14146_28887_4745.jpg ** 파업 68일째인 2012년 4월 6일, 20년 이상 근무한 MBC 고참 직원들이 방송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파업이 끝나고 회사 측의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추신


저는 줄곧 경기장 밖에 있었고, 일상은 대체로 평안하였습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먼 발취에서 어슬렁거렸을 뿐, 결국 당신들의 분투는 사진과 활자로만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감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사실관계만 인지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관련 사안에 서명을 했고, 들려오는 소식에 ‘좋아요’를 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독 버튼을 눌렀지만, 다 챙겨보진 못했습니다. 대체로 의견이 필요한 뉴스들이 많았으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의 건도 실제로 그 어떤 잘못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이 오독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염려가 됩니다. 오랫동안 힘들게 싸운 사람들이, 맞서던 상대를 닮아 가는 모습을 종종 봐온 탓입니다. 많이 걸러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덜어내는 사람은 팔이 아프게 비우고 또 비웠는데, 남은 것에도, 덜 자란 마음이 그저 놀란 것이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안 보겠노라는 철없는 선언은 않으려 합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2PeFhwrC.jpg *** 뉴스타파 로고






참고


¹

- 뉴스타파, 2016년 7월 21 자,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그룹 차원 개입?”

- youtube.com/watch?v=jZMdXqa_Vko


²

- 최승호 PD 페이스북 중 일부 발췌

- facebook.com/photo.php?fbid=544878202370535&set=a.126378060887220.1073741827
.100005450804371&type=3&theater




이미지 출처


커버 이미지 및 ***

- 뉴스타파 트위터 계정

- twitter.com/newstapa


*

- 뉴스타파, 2016년 7월 21 자, “삼성 이건희 성매매 의혹.. 그룹 차원 개입?” 보도 중 화면 캡처

- youtube.com/watch?v=jZMdXqa_Vko


**

- 시사IN, 2012년 9월 12일 자, “PD수첩 피디는 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나”

- 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146

매거진의 이전글소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