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 부모를 보며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일까?

by 머니마미

엊그제 유튜브에서 이런 영상이 추천되더라고요.

미취학 아이와 세계 여행을 떠난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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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아빠는 영상 속에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 세상의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이 경험은 나중에 혼자 살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영상에는 이국적인 풍경과 낯선 음식, 아이와 함께 웃고 걷는 장면들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마냥 부럽다거나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아이와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 경험을 쌓아주는 걸까?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이런 말, 정말 많이 들려요.

“아이의 견문을 넓혀줘야지.”

“어릴 때부터 외국 경험 많이 시켜야 돼.”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번에 어디 다녀왔어?”가 은근한 기준처럼 느껴지고, 해외여행을 못 보내면 괜히 내가 아이에게 못해주는 것처럼 자책하는 부모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제가 예전에 만났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과의 인터뷰가 떠오르는데요. 그때 그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경험을 쌓게 한다는 이유로 자주 해외에 나가는데,그게 아이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그 경험을 깊이 기억하지도 못하고, 결국 그건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부모의 만족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건 해외여행이 아니라 또래 아이들과 부딪히고 함께 놀아보는 경험입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랑 싸워보고, 유치원에서 친구들이랑 무리지어 놀아도 보고 다시 화해도 하는 것. 교수님은 그게 오히려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사람과 관계 맺는 힘이 된다는 거죠.


사실 저도 어릴 때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몇 번 갔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떠올려보면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가족끼리 재밌었던 기억이나 어렴풋한 사진 몇 장만 남아 있지, 그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반면에 제가 진짜 세상이 넓다고 느꼈던 건 대학생 때 다녀온 어학연수에서 였어요. 말이 안 통하는 타지에서 혼자 밥도 사먹어보고, 외국인 친구들과 부딪히고, 낯선 문화에 적응하면서 비로소 그 경험이 내 인생의 일부가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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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경험이 의미 있으려면 어느 정도 아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뭘까?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해외여행은 나쁘다”가 아니에요. 돈이 많다면 가족들의 추억 여행을 위해서 갈 수도 있죠. 다만 해외여행을 못 보내면 아이 인생이 뒤처진다는 선입견으로 부모가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진짜 아이에게 중요한 건 비싼 경험의 양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상과 타인과 부딪히며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가 불안하지 않은 경제적 환경인 것 같거든요. 아이를 위해 쓰는 돈도 결국 우리 집의 자산에서 나가는 돈이고, 부모의 경제적 안정은 아이의 안정과 직결돼요.


해외여행이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돈 때문에 부모가 불안해지고 노후가 흔들리고 생활이 빠듯해진다면, 그건 아이에게 남겨주는 경험이 아니라 부모의 부담을 아이에게 넘기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답니다.

못 해주는 엄마가 아니라 지켜주는 엄마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세계지도에 핀 꽂는 경험보다, 매일 밥 잘 먹고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고 부모 얼굴에 불안이 없는 것, 집안 분위기가 안정적인 것일지도 몰라요.

해외여행을 안가도 아이 인생이 망가지는 건 아니고, 경험을 많이 못 쌓아줘도 아이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부모가 자기 삶을 지키고 경제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서 아이 곁에 있는 것. 그게 아이에게는 가장 강력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세상은 아이에게 해줘야 할 게 너무 많은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해요.

지금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남들 하는 걸 따라가기보다, 우리 집 형편과 우리 아이 성향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육아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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