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대신 샤넬 주식을 검색해본 날

갖고 싶지만 또 갖고 싶지 않은 명품에 대하여

by 머니마미

처음 마주한 ‘브랜드’라는 개념

어렸을 때는 명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나고 자란 동네는 마포였는데, 지금이야 조금 다를지 몰라도 20년 전만 해도 그렇게 잘 사는 동네는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그때도 고등학교 반 친구들 중에 명품은 아니지만 고급 브랜드를 유독 좋아하는 애가 한 명 있긴 했어요. 특히 그 친구는 빈폴, 헤지스, 크로커다일 같은 브랜드에 열광했는데요. 자기 남자친구는 그런 브랜드만 입고 다닌다면서 그래서 걔가 좋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떠올라요.


저는 그때 그 브랜드들을 처음 들어봤어요. 옷에도 별 관심이 없었고, 교복만 입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도 그 친구가 해줬던 이야기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게 하나 있어요.


자기 남자친구와 '급'을 맞추기 위해 부모님께 크로커다일 옷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아버지가 사다 준 게 짝퉁이었다는 거죠. 거기엔 원래 동물 로고가 그려져 있는데, 짝퉁에는 애석하게도 로고에 눈이 없었다고 해요. 친구가 이게 뭐냐면서 울고불고하니까 아버지가 검정 사인펜으로 눈을 직접 찍어줬다며 웃기지 않냐고 저한테 얘기해줬던 기억이 있어요.


명품브랜드를 가까이서 봤던 순간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한 달 정도 기숙사에서 다른 과 친구들과 합숙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같은 방을 썼던 친구는 집이 꽤 잘사는 편이었는데, 그 당시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였던 샤넬 가방을 들고 다니는 친구였어요.


검은색 가방이었고, 확실히 부티가 나 보이긴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정말 애지중지 그 가방만 들고 다녔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 별로 갖고 싶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친구를 제외하면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브랜드 없는 가방을 들고 다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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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제가 명품에 눈을 뜬 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나서도 한참 뒤인 20대 후반이 돼서였어요. 작은 회사를 다니다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월급이 갑자기 많이 뛰었거든요. 지금 와 생각해보니, 제가 명품에 눈을 뜬 시점이 제 소비 여력이 늘어난 시점과 정확히 겹치네요. 소득이 늘어나면 사람은 먼저 ‘생활 수준’이 아니라 ‘상징적인 소비’부터 바꾼다는 말이 진짜 실감이 납니다.


어쨌든 그때 당시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들은 성과급이 나올 때나,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명품 가방을 하나씩 사 오곤 했어요. 루이비통, 구찌, 셀린느, 펜디, 샤넬.


그런데 그들보다 더 결정적이었던 건 제가 같이 일했던 직속 상사였어요. 그녀는 알아주는 명품 마니아였는데, 저랑 같이 점심을 먹고 나면 종종 산책 겸 회사 근처에 있는 명동 백화점에 가곤 했어요. 그리고는 끌리는 명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입어보고, 들어보고 또 결제하기도 했고요.


당시 명품 브랜드를 잘 모르던 저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최대한 비위를 맞추며 "잘 어울린다"고 연신 칭찬을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할머니들이나 입을 것 같았던 그녀의 촌스러운 찐한 핑크 가디건이 구찌 제품이었고, 300만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속으로 꽤 놀랐었죠.


명품을 소비하던 시기, 그리고 멈춘 이유


저는 그때부터 종종 명품을 사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직하면서 일이 더 많아지고, 해외 출장이 잦아지면서

스트레스를 소비로 푸는 시기였어요. 면세점에서 사면 싸니까, 하면서 티파니에서 목걸이를 사버리거나,

스페인 출장에 가서는 “현지 브랜드니까 기념으로 사자”면서 로에베 가방을 사는 식이었죠.


그래도 남아 있던 일말의 짠순이 기질 덕분에 펑펑 사지는 못했고, 1~2년에 한 번씩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샀어요. 결혼하기 전까지 그렇게 모은 명품 제품이 대략 1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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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부터는 명품 소비에서 완전히 손을 뗐어요. 남편과 공동 경제로 굴러가다 보니 비싼 걸 사는 게 조금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절약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고요. 그렇다고 저의 명품에 대한 소유욕이 완전히 없어진 건 절대 아닙니다.


사실은 그저 참고 있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여전히 돈에 구애만 받지 않는다면, 샤넬이든 루이비통이든

다 사고만 싶은 맘이거든요.


그래서 떠올린 샤넬 주식


지난 13일부터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이 또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다는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제가 샤넬에서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가방이 하나 있었거든요.


바로 샤넬 22백이요. 샤넬의 다른 가방들은 제가 평소 입고 다니는 스타일과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이 가방은 비교적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쇼퍼백처럼 넓은 수납력에 그에 반하는 고급스러운 퀼팅. 하지만 인상된 가격을 보니 이젠 1천만 원에 육박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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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700만원대 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엄두를 내기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차라리 샤넬 주식을 살까 싶어 찾아봤더니, 샤넬은 비상장사더라고요...


그런데 꼭 샤넬만이 아니더라도 명품 브랜드 주식에 투자하는 게 조금은 고민되기는 해요. 명품 브랜드 시장들이 최근 몇 년간 전반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거든요. 고물가 시대에 사람들은 명품 소비를 줄이려 하고, 브랜드는 오히려 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가격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명품이라는 건 소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경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물건 같아요. 소득이 늘어났을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소비가 명품이었고,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이제는 “살까 말까”를 먼저 계산하게 되니까요.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선뜻 지갑을 열기엔 망설여지는 지금 상황도 어쩌면 고물가 시대를 살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요즘은 가방을 살까 고민하다가도 이 돈이면 차라리 어디에 두는 게 맞을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요,


여전히 위시리스트인 샤넬백


샤넬 22백은 여전히 예쁘지만 지금의 저는 ‘가지고 싶은 마음’보다 그 돈이라면 ‘어떻게 써야 할까’를 더 먼저 떠올리고 있네요. 아마 이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비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도 오늘따라 샤넬 22백이 유난히 이뻐보이는 건 정말 부정할 수가 없네요.


제니가 들고 있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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