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공부하면서 달라진 관점에 대하여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예전에 저는 시집 잘 간 여자들이 참 부러웠어요.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학벌에, 비슷한 커리어로 출발한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은 결혼과 동시에 삶의 난이도가 확 내려간 것처럼 보였죠. 전문직이거나 돈 잘 버는 남편, 또는 여유 있는 시댁을 만나서 생활비 걱정 없이, 아이 교육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쓰고 사는 사람들이요.
강남에 집도 있고, 육아 부담도 덜하고, 분기마다 해외여행 사진을 SNS에 올리고, 어느 날 갑자기 명품을 들고 나타나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돈 걱정 하나 없이 잘 사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죠. 나는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살아야 할까.
월급의 70퍼센트를 저축하려고 고생하고, 난방비를 아끼려고 내복을 껴입고, 식비라도 줄이려고 냉장고를 털어 먹고요. 대출 만기는 언제 돌아오는지, 노후까지 우리는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 대체 얼마를 모아야 이런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면서요.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시집 잘 간 그녀들이 꽤 부러웠던 거 같아요.
물론 저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지금도 남편이 너무 좋고, 여전히 사랑해요. 그런데도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요. 돈 때문에 힘들 때. 그러면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는 거죠.
그런데 재테크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시집을 잘 갔다는 지인들의 실제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더라고요?
해주는 것만큼 기대하는 것도 많은 시댁, 돈을 벌어오는 만큼 가정과 육아에 소홀한 남편, 그런 상황에서도 쉽게 자기 의견을 꺼내기가 어려운 부부 관계같은 것들이요.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으로 보여도, 안쪽에는 또 다른 불안이 있는 경우였어요.
남편의 소득이 높다는 건 당장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돈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돈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더라고요. 그 돈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갑자기 소득이 줄어들면 어떤 대비책이 있는지, 만약 결혼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상태로 남게 될지도요.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면 시집을 잘 갔다는 말은 생각보다 그렇게 단단한 말은 아니더라고요.
재테크를 하면서 점점 느끼게 됐어요. 내가 부러워해야 할 사람은 지금 당장 돈이 많은 사람보다도, 돈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요. 자기 명의의 자산을 지킬 줄 알고, 가계 자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앞으로 돈을 어떻게 불려야할 지 아는 사람이요.
그래서 최악의 상황이 와도 항상 선택지가 남아 있는 사람, 지금 당장은 큰 부자가 아니어도 꾸준히 모아가면서 결국에는 안정적인 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요. 지금은 비록 월 30만 원, 50만 원만 굴리는 사람이라도, 방향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인정해요. 여전히 그녀들이 부러울 때는 있습니다.
아이 학원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때, 대출 이자 때문에 밤잠 설치지 않아도 될 때, 돈 버는 방법을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될 때요. 그럴 때 잠깐씩 질투가 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이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아요. 이제는 알거든요. 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걸요. 그리고 그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내게 큰 안정감을 준다는 것도요.
예전의 저는 누가 마냥 저를 경제적으로 책임져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조금 달라졌어요.
내가 나를 망하지 않게 지키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우리 가정을 지키고 싶고요.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나니 비교의 기준도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지금 당장 누가 더 잘 사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 누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느냐로요.
시집을 잘 간 사람은 분명 있는 거 같아요. 그걸 부정할 필요도 없고, 괜히 초연한 척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게 내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거죠.
저는 이제 재테크를 배우면서, 제 방식대로 조금 느리더라도 제 이름으로 된 자산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 길이 이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부러움은 잠깐일 뿐, 내 계좌 속 돈은 계속 자라고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