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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민 Oct 23. 2019

물류로 돈 번다는 아마존
“다 계획이 있구나


아마존의 D2C 전략과 FBA를 무조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드랍쉬핑, 그리고 폐쇄성이 만드는 생태계와 아마존 웨이  


아마존 글로벌셀링 한국(Amazon Global Sellinf, 이하 AGS)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판매자(셀러)를 대상으로 전 세계 고객에게 직접 판매가 가능한 ‘D2C(direct to customer)’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아마존의 D2C 발표와 함께 CBT(cross border trade) 이커머스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드랍쉬핑(drop shipping)’이다. 드랍쉬핑이란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궁금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다.


아마존은 국내 셀러들이 아마존에 더 쉽게 입점해 판매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반면, 해당 셀러들은 아마존을 통해 판 물건을 해외로 배송하고, 현지에서 출고 등 재고관리를 수행하고, 관세 등의 통관 물류 서비스 업무를 누군가에게 의뢰(위탁)해야만 하는 구조에 당면하게 됐다.  


상품은 전 세계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팔고, 살 수 있는 이른바 이커머스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 판매자는 상품을 ‘어디서 얼마에 팔 것인가’보다 ‘어디서 얼마에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상행위가 늘수록 오프라인 배송을 더 챙겨야 한다(이커머스는 물류로 통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 전략이 그러하다.

아마존에 입점한 셀러들은 앞으로 FBA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상품을 팔 수도, 배송할 수도 없게 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아마존이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풀필먼트의 연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박준모 아마존 글로벌셀링 한국 대표가 지난해 로지스타서밋에서 발표한 내용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는 기본적으로 국가 간 상품 이동을 수반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과제가 된다. 국내 물류뿐만 아니라 국가 간 물류, 그리고 판매 대상이 되는 해외 국가의 현지 물류까지 수반되기 때문이다. 해외 소비자에게 마치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과 같은 물류 경험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존은 해외 각지에 구축해놓은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해 국가 간 상품 이동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해외 판매를 원하는 셀러가 현지 풀필먼트 센터에 물건을 먼저 입고시키고, 이후 현지 고객의 주문이 발생하면 그때부턴 아마존이 모든 물류 업무를 대행한다. 아마존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유는 아마존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제품 가짓수가 많고, 가격이 내려갈수록 고격 경험의 질은 높아진다’는 유통시장의 절대 진리 중 하나다.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경험 만족도가 올라가면, 더 많은 고객이 유입되고, 더 많은 판매자가 고객을 쫓아 플랫폼에 입점하게 된다." - 박준모 한국 아마존 글로벌 셀링 대표, 로지스타서밋 발표 중에서

아마존은 현재 전 세계 180여 개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8세대 풀필먼트 센터는 축구 경기장 30개와 맞먹는 크기다. 박준모 아마존 글로벌셀링 한국 대표의 말처럼 아마존 관점에서는 아마존이 셀러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만든 생태계에 들어오는 구조를 더 쉽게 만드는 반면, 나가는 건 더 어렵게(어쩌면 못 나가게) 만들겠다는 젼략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아마존을 분석하는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마존의 생태계가 ‘매우 폐쇄적(독점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아마존 FBA를 통(通) 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디에도 물건을 팔 수도, 배송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비교하자면 ‘애플의 그것’과 비슷하다.


‘아마존이 물류로 돈 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슨 뜻일까?

CBT, 국가 간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관세’와 ‘통관’이다. 이 두 가지를 빼곤 CBT를 논할 수 없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보자.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은 지난해 아마존, 이베이 등을 통해 크로스보더(글로벌) 이커머스 판매자가 늘면서 LDP*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자,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왜 단속을 할까? 이를 놓고 ‘CBT의 회색지대(grey area)’라고 부른다. CBP는 미국 관세법 596조에 따라 미국 내 불법 반입된 상품에 대해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 Landed Duty Paid: 수출자가 수입국의 관세 등 제반 세금을 부담하고, 수입 통관까지 마친 상태에서 수입자가 물품을 지정한 장소에 인도하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수출자의 책임 한계는 DDP(Delivery Duty Paid)와 흡사하다. 통관 등 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요청, 이 과정에서 수출자가 미국 내 통관에 있어 위장업체 명의 활용, 서류 조작 등 허위 신고를 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올해 CBT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로 ‘드랍쉬핑’이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각 국가별 정책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셀러와 고객 모두가 안전한 합법적인 관세, 통관 물류 절차가 더 절실해지고 있다. 그래서 아마존은 셀러들에게 관세, 통관 물류 등 서비스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내세웠고, 아마존이 아닌 통관물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려는 제3자 서비스를 통칭해 '드랍쉬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랍쉬핑이 정말 새로운 서비스인가? 아니다. 글로벌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해외 물류대행(3PL) 서비스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활동 중이다. 업체마다 서비스 범위와 역량은 차이가 있지만 업의 본질은 비슷하다.


결론이다.

아마존에 입점한 셀러가 어떤 상품을 팔든지, 그 물건을 배송하고, 보관하고, 반품하려면 ‘아마존 웨이(amazon way)의 불문율’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이 풀필먼트로 연결하는 ‘규모의 경제’의 실현이며, 폐쇄적(혹은 독점적) 생태계가 만드는 힘이다.

아마존은 다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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