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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민 Mar 01. 2020

생활편의형 의식주(衣食住)와
O2O 서비스

  배송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됐을까 ③


오프라인을 과감하게 벗어난 시도


마켓컬리는 온라인화가 더딘 신선식품 시장을 대형 유통업체보다 선제적으로 공략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온라인 쇼핑 중 식품 부문의 거래액은 새벽배송이 태동한 전년인 2014년, 3조 6109억 원이었다. 그 해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45조 3025억 원)의 7% 정도다. 그랬던 것이 2019년, 13조 190억 원으로 성장해 식품 비중은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111조 8939억 원)의 11.6%로 확대됐다. 역설적이지만 신선식품 부문은 전체 온라인 시장 중에서 십여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유통업계가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성장 잠재성을 여전히 높게 보는 이유다.


이렇게 마켓컬리는 온라인화가 더딘 신선식품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유통업 전체의 혁신을 가져왔다. 이 회사는 제품의 출하부터 판매까지 보관, 포장, 운송 등 단계별 난관이 많은 신선식품의 판매망을 구축하고자 수도권 핵심 지역에 직접 콜드체인(cold chain) 물류망을 구축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은 ‘리스크(risk) 덩어리’라며 선뜻 도입하지 못한 시도를 일개 스타트업이 할 수 있었던 의사결정 동기와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온라인 전환을 더디게 하는 오프라인 이슈, 바로 ‘물류’ 해결에 대한 마켓컬리의 적극적인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 참고: AER 아산기업가정신리뷰


그림 1. 온·오프라인 채널별 식품시장 규모 (출처: 통계청)


리스크보다 온라인화 성장성을 선택한 용기

국내 전체 식품 시장 규모는 총 91조 원 정도인 데 반해 이 중 온라인화 비중은 10% 수준으로, 비식품 분야의 온라인 전환율이 평균 20% 이상인 점을 참작할 때 그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즉 신선식품의 온라인화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이커머스 진출을 놓고, 리스크보다는 시장의 성장성을 선택했다.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의 포문을 열고 1년 뒤인 2016년에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찬(구 배민프레시, 사업 종료), 헬로네이처(현 BGF리테일)를 포함한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 롯데 등 대형마트는 물론 쿠팡 등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경쟁사와 차별화 된 배송 서비스인 ‘새벽배송(구 샛별배송)’을 선보이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물류 관리의 어려움에 대형 유통사가 신선식품 온라인 마켓 진출에 회의적이었을 때, 마켓컬리는 기존 물류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회사 자체적으로 콜드체인(Cold Chain)  역량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


더욱이 마켓컬리는 2017년부터 신선식품 전용 3자 물류대행(3PL) 서비스 ‘컬리프레시솔루션(현 프레시 솔루션)’의 사업을 본격화했다. 자체 물량 처리에 만족하지 않고 입점 업체나 외부의 물량 처리를 목적으로 별도의 물류회사를 설립해 신선식품 카테고리의 공급망 구조를 점점 더 수직 계열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생활편의형 의식주 서비스와 O2O

앞서 마켓컬리의 사례처럼 생활편의형 의식주(衣食住) 서비스, 즉 인류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O2O(online to offline) 경향은 소비 구성원과 생활패턴 변화와 함께 맞물려 하나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 중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유주방 사업은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음식을 만들 공간을 제공하는 임대업 개념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유주방을 물류 관점에서 살펴보면 대량 유통, 공동구매 등의 ‘식자재 공급망(supply chain)’ 사업에 가깝다.


고추장, 된장, 그리고 정육과 수산물, 각종 야채 등 음식 재료가 오가는 B2B2C(기업형+동네 골목식당 포함) 식자재 거래 시장의 헤게모니를 공유주방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새로운 시장이 열릴까? 연간 40조~67조 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식자재 시장에서 주요 대기업이 차지하는 식자재 유통업 매출은 7조 3000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의 기업화 비중은 2000년 1%에서 2018년 11~12%로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평균(미국 40%, 이탈리아 17% 등)에 대비해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식자재 유통시장의 온라인화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그만큼 성장 여력이 폭발적인 시장이다.

그림 2. 국내 O2O 서비스 현황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덧붙이자면, 각각의 공유주방 업체가 확대일로의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들이 20조 원 규모의 음식 배달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지 모를 일이다. 공유주방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모두 배달음식이란 점을 잊지 말자.


O2O나 온디맨드, 옴니채널 등 온라인 기반의 거래가 흥하면 흥할수록 오프라인 서비스 영역이 더 중요해지게 된다. 온라인에서 팔리는 모든 상품은 반드시 배송이라는 오프라인 영역을 거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딜리버리 마켓의 태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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