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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민 Apr 03. 2020

‘픽세권’에 살고 싶지 않으세요?

송재철 CEO : “생필품을 넘어 고객의 취미까지 배송하는 온라이프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물류 스타트업 ‘나우픽’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코로나 19 여파로 ‘언택트’와 ‘즉시 배송’ 시장이 급물살을 맞이하면서 소비자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대에는 집 밖을 나가지 않으려는 소비행태로, 온라인 거래와 비대면 배송이 더더욱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나우픽을 간단히 표현하면 <24시 즉시 배달 온라인 편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시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지 않는다. 이미 속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체 물류센터와 이륜차 배송으로 도심 생활필수품을 24시간 내내, 평균 30분 안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나우픽이 설립되고 서비스가 본격 시행된 지는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랜 기간 해외에서 한국에 없는 배송 서비스를 경험하고 돌아와 문제점을 목격하며 만들어간 구조는 생활 직결형 서비스에 한 번 더 혁신을 가져왔다. 이제는 주문 시간과 배송 시간을 다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편리함과 신선함에 이어 소비자의 취미까지 생각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움직임. 그로 인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권리가 생겼다. 그것은 ‘픽세권’이라고 불린다.


현재 나우픽은 서울 강남, 서초, 강서/양천, 송파 일대에서 모바일로 이용이 가능하다. 오늘만큼은 집에서 나가기 싫은 날, 떨어진 줄 몰랐던 식자재, 바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심지어 배송비 고민도 줄어 더욱 행복한 서비스를 지금 바로 누릴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 체험을 ‘온라인’과 ‘딜리버리’라는 2개의 키워드로 중심을 잡고 새로운 온라이프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송재철 나우픽 대표를 만나보았다.


송재철 나우픽 대표


나우픽 연관 검색어로 ‘픽세권’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어떤 의미인가요?

풀이하면 나우픽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을 뜻합니다. 보통 이커머스는 국가 별로, 물류센터를 기준으로 해당 센터가 처리할 수 있는 반경까지 서비스 운영이 됩니다. 일반적인 오픈마켓의 경우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지역을 서비스하고 있고, 빠르면 바로 내일 배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서비스 영역을 한정 지어 반경이 줄어들면 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나우픽은 물류센터를 기준으로 반경 2km 내외로 서비스 영역을 제한하고 그 거리를 30분 내에 이륜차로 배송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전국이 나우픽 서비스 관할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가능 지역을 픽세권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허마셴성(盒馬鮮生)이 고객의 주문을 받고 30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그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허마셴성 매장이 있는 곳, 즉 30분 내 거주지역을 허세권이라고 불러요. 부동산 가격까지 올랐는데, 허세권에 속하는가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역세권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에서 두루 쓰이는 단어가 되었는데 가령 맥도날드(맥세권), 스타벅스(스세권)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나우픽 서비스가 지원되는 구역은 픽세권이 되는 것입니다.


‘즉시 배송’과 ‘편의점의 온라인화’를 처음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중국에서 한 5년 정도 살았어요. 중국은 워낙 배달 인력이 많고, 10여 년 전부터 이미 배달 서비스가 작은 슈퍼부터 큰 마트까지 가능했습니다. 단순히 배달만 해주는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서 주문을 받는 것도 가능했고요. 거기서 직접 편리함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로 돌아왔을 때 그런 서비스가 없어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이륜차 배송이 활성화되기 전이어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지금은 배달 서비스 자체가 시장이 커지면서 인력도 많이 늘어난 상태고, 대행하는 업체도 있어서 가능하죠. 그렇게 확실한 사업 기반이 생기게 되어 시작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에 나우픽을 창안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띵동’이라는 앱 서비스를 관리하는 일을 할 때 ‘띵동마트’라는 서비스를 함께 봤는데 오프라인 마트와 다른 시스템이었어요. 때문에 기존 마트 업주님들이 배달 주문 처리가 능숙하지 않은 부분과 매장 안에 있는 손님이 우선이라 주문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생겼지요. 또 재고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실이 생기고 고객은 고객대로 한참 기다리거나 주문이 돌연 취소되는 등의 불편함이 커지는 것을 관계자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한 번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에 띵동마트 전용으로 직접 온라인 주문 전용 창구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띵동과 계약을 한 구조였는데, 회사가 확장하면서 그 타이밍이 띵동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체 플랫폼을 만들었고 타 플랫폼이 입점되는 형식으로 전환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지역 내 나우픽 물류센터가 있어서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송되고 바로 상품이 패킹(Packing)되어 라이더가 즉시 배송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죠. 물류센터에는 여러 입점처에서 모인 다양한 상품들이 있고, 고객이 방문하지 않는 다크스토어 형태로 현재 나우픽은 운영되고 있습니다.


나우픽의 최고 강점은 배송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제일 중요한 것은 배송 시간이 맞습니다. 즉시 배송이 곧 저희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 맞춤 서비스의 시작이기 때문에 시간을 못 맞추는 일이 없도록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라이더가 더 빨리 배송하는 것은 안전 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류센터 내에서 처리하는 부분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데 공들이고 있죠. 주문 상품을 찾고, 검수를 하고, 포장해서 바로 배송이 가능하게끔 준비하는 전 과정이 빨라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 해당 지역에 ‘맞는’ 상품을 준비하는 것도 나우픽의 강점으로 살리고 있습니다. 도심은 공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물건을 다 가져다 놓을 수는 없거든요. 따라서 인근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을 만한 상품을 창고에 먼저 준비해놓는 것이 저희에겐 곧 큐레이션입니다. 고객의 주문 패턴을 고려하며 일부 카테고리는 키우기도 하고 어떤 건 축소시킵니다. 지역마다 구매하는 패턴이 다른 만큼 센터 별로 상품이 다르게 운영되기 때문에 중요하게 파악해야 할 부분이 되죠. 일례로 특정 지역에서 자몽주스가 유독 안 나가던 때가 있었어요. 인기상품일 것 같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찾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예상외로 많이 나가는 상품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계속 데이터로 관리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우픽 서비스 모델의 2.0 버전이랄까요? 향후 개선 방향이 궁금합니다. 

고객이 나우픽에 접속했을 때 해당 고객에게 어울리는 상품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큐레이션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간식거리를 자주 주문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반찬거리를 주로 구매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통일된 선택지나 단순히 MD 추천 상품으로만 접근되는 것을 보완하고 싶죠. 구매 패턴을 읽고 유사 상품을 보여주는 단계까지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아서 해당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개선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경쟁업체와의 비교에 있어서 차별화가 되는 부분으로, 나우픽은 카테고리 제한을 없애고 점차 확대시킬 전망입니다. 지금 뷰티, 소형가전 등이 이미 유통되고 있고 의류와 도서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모든 상품을 다룰 거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고객의 니즈가 있고, 있을 예정이고, 있어야 하는 상품들을 폭넓게 다루는 방향으로요. 특히 취미와 관련된 상품들을 잘 캐치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가 다양해질 수 있도록 확장하고자 합니다.


24시간 운영되며 30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우픽은 현재 1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되어 다양한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힘들었던 부분과 현재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처음부터 다 개척해야 하는 시장이었던 점이에요.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었어요. IT 솔루션 같은 경우도, 요즘은 비교적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기 수월하지만 처음 나우픽을 시작하던 당시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쇼핑몰을 제공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거든요. 주문과 재고가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그런 형태 말이에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을 일일이 다 개발해야 하는 것이 초반에 힘들게 다가왔죠. 지금의 문제라고 한다면 서비스 지역을 넓히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있고, 확장을 위한 마케팅 활동도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라기보다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부분으로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바로 라이더의 환경입니다. 철저하게 이륜차 배송에 용이한 상품들로 구성하고 패킹도 서둘러서 배송 시작부터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등 라이더의 편의를 많이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희와 연결된 라이더와의 관계가 선순환이 되는 구조로 작용하고, 라이더의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곧 나우픽이 무사히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경영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24시간 서비스이다 보니 필요 인력을 충당하는 게 힘든 부분입니다. 갑작스러운 일로 인한 공석을 쉽게 부담할 수 없거든요. 예측할 수 없는 사고란 어느 분야에서나 당황스럽고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지만 쉬는 날 없이 운영하며 직접 공석을 메우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이끌어왔습니다.


2020년, 나우픽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서울 전역을 다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경기권으로 확장 시도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방향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나우픽의 도약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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