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CEO : “백화점 매장에서 받았던 고객 서비스 감동을 온라인 구매와 배송 과정에 고스란히 옮기고자 노력했어요. 전자상거래와 택배는 이전부터 비대면 서비스였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로 주목받는 언택트 시대의 진정한 배송 서비스 개념은 소비자 가치와 콘텐츠 전달에 있어요. 언택트와 라이프 플랫폼 시대는 물류망에 판매(유통)망을 얹히는 ‘미들택트(Middle-tact)’ 시장이 뜰 겁니다. 원더스 서비스 2.0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입니다.”
하루에 서너 개씩 받는 택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온라인에서 파는 제품의 수보다 팔지 않는 제품을 찾아내는 게 더 빠를 만큼 전자상거래와 택배 서비스는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화가 더딘 오프라인 시장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폰 구매이다. 가전제품 같은 전자기기는 배송과 설치 서비스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휴대폰은 한 번 교체하려면 직접 대리점에 가는 것이 아직 일반적이다. 단순히 기기를 교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개통과 데이터 이전 등 부가 서비스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원더스는 한 번의 배송으로 휴대폰 개통에 특화된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송원은 체계화된 전문 교육을 받은 매니저로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당일에 바로 제공한다. 사업 초기 원더스는 서울 경기권 안에서 발생하고 배송되는 택배 물량이 굳이 다른 지역 센터로 이동하고 돌아오는 것을 보며 이륜차 배송으로 도심 내 퀵 서비스 구조(허브앤스포크, hub & spoke, 5천 원 균일가)를 창안했다. 이를 이동통신 시장과 연계하여 고객이 직접 움직여야 했던 경험을 고객에게로 배송하는 서비스 시스템으로 발전시킨 원더스 김창수 대표를 만났다.
원더스가 달라졌다고 하던데요? 대체 어떻게 바뀌었나요?
배송이란 업의 본질은 바뀐 게 없습니다. 원더스는 이륜차, 오토바이를 기반으로 배송하는 회사입니다. 다만, 그전과 사업 모델이 달라진 게 있다면 퀵 서비스 시장을 넘어서, 온라인화되지 않은 시장의 배송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온라인으로 사지 못할 것이 없는 사회가 되었는데 여전히 오프라인이 중점인 시장들이 있거든요. 왜 그런가 하면 온라인으로 구매했을 때의 불편함도 있지만, 배송 시스템이 제대로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큰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SKT와 연계하여 휴대폰 배송 서비스 시장을 형성하고, 넓혀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2,000만 대 가량의 휴대폰이 팔리는 시장인데 3%만 온라인으로 나간다고 하거든요. 이에 적합한 배송 서비스가 있다면 온라인화 진행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일례로, 신선식품이 그런 시장이잖아요.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하루 내지 이틀 후 택배로 받고 보니 신선하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마트로 직접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16년도에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시작하고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만족하며 다시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당 시장은 4년 만에 무려 80배 성장합니다. 정리하면, 상품 특성에 맞는 배송 서비스가 있으면 온라인 시장은 폭발한다는 것입니다. 가전제품은 이미 택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원더스는 이동통신의 배송과 서비스에 주력하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출신이시죠? 휴대폰 배송의 사업화 모델을 구상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맞습니다. 저는 SK텔레콤 출신이에요. 사실 일하던 당시부터 휴대폰 배송 서비스를 실행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런데 일을 그만두고 18년도 초에 SK로부터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T월드 다이렉트’라고, 온라인 몰이 있는데 10년 정도 지났어도 성장이 더뎠거든요. 휴대폰은 대부분 대리점 가서 사니까. 실제로 비중이 채 2%도 되지 않을 만큼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동통신 시장과 이커머스가 이미 대성황을 이룬 시점에서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하고 있다니. 그렇다는 것은 지극히 전통적인 시장이라는 의미지 않습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요? 온라인으로 사면 택배를 받고 나서 필요한 서비스도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거예요. 개통부터 시작해서 데이터 이전, 중고폰 다시 팔기 등 이런 것을 대리점에서는 다 해주는 부분인 거죠. 그런데 만약 배송해주는 사람이 이 서비스까지 해줄 수 있다면? 그럼 온라인화를 더디게 만드는 허들(hurdle)이 사라지는 겁니다. 다시 말해 온라인으로 주문했을 때 발생하는 불편함을 배송받을 때 해결할 수 있도록 구조를 형성한 거예요.
200만 원 되는 휴대폰을 온라인으로 주문했을 때 부재중이면 그냥 집 앞에 두고 가는 불안한 상황도 생기고, 나중에 그걸 받아보고 서비스를 다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그러니 대리점을 가는 건데 빨리 배송해주고 전문 기사님이 나머지 서비스도 해준다면 온라인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이를 위해 기사님들에게 교육이 이루어지고, 18년도 6월에 ‘오늘도착’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원더스가 시작하게 됩니다.
개통, 데이터 이전 등 매장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 교육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게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휴대폰 개통, 중고폰 처리 등의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저는 이것을 ‘경험배송’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존에는 상품만 택배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오프라인에서 겪을 수 있었던 경험이 함께 배송되는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기능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말이죠.
감성적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 명품백을 샀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했을 때 그냥 택배 박스 하나 집 앞에 두고 간다면 내가 백화점 가서 사는 기분을 전혀 만끽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 기분까지 배송되지 않으면 그 시장은 온라인화될 수 없는 거예요. 기능적인 건 이동통신 대리점에 가서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배송 시 같이 받을 수 있는 걸 말합니다. 이를 통틀어 경험을 배송해준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것이 가능한 전문가여야 해서 기사님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든 것입니다.
덧붙이면, 앞에서 원더스가 어떤 회사인지를 얘기했는데 방금 말씀드린 부분으로 저희는 경험배송을 하는 회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륜차를 이용한 도심형 대량물류 기업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경험을 배송하는 것이고 휴대폰이 첫 번째 타깃이 되었죠. 교육을 통해 기사님들이 전문화되면서 확장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도 함께 찾고 있습니다.
신규폰 사면, 전에 쓰던 중고폰도 함께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중고폰 시장으로 사업모델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건가요?
네. 배송 기사님들이 직접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이 원래 쓰던 휴대폰을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사면 중고폰이 된 기존 휴대폰을 파는 것도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되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배송하러 간 자리에서 중고폰까지 검수하고 매입을 해오면 되겠구나, 한 것입니다. 기사님들에게는 중고폰 검수하는 교육을 또 시행했죠. 저희도 중고폰을 매입해와서 되파는 구조이다 보니 검수하는 능력이 중요하거든요. 검수 능력이 오르면서 실제로 물량이 많은 대리점에서 중고폰을 수거하는 일도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님들 입장에서도 대리점에서는 많은 물량을 수거할 수 있으니까 금액도 그만큼 더 높아져서 좋고요. 그렇게 수거해 온 휴대폰 중 우리가 직접 팔아보려는 움직임을 키워 ‘원더폰’을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고 휴대폰을 사더라도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점이어서 포장지도 새로 만들고, 고객이 뜯어본 자리에서 괜찮으면 사고 아니면 무료반품도 가능하고요. 그래야 믿고 살 수 있으니까요.
듣고 보니 웅진의 ‘코디’ 서비스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야쿠르트 아줌마도 그렇고… 배달망에 판매(유통) 채널을 얹힌 것으로 보입니다.
맞아요. 앞서 말씀드린 경험배송이 원더스의 강점이 됩니다. 경험배송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이에요. 단순 배송에 그치지 않고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배송 인력을 전문화 시키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도심지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배송 속도는 이 시장에서 효율성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되는데 서비스 교육 시행은 효율성을 한층 높이는 단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사님들이 배송만 하실 때보다 IT 지식을 겸비한 데서 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고요.
이처럼 교육이 가능하고 전문화된 배송 인력이 있다는 것은 원더스의 큰 장점이 되죠. 중고폰 시장의 확장을 이룬 것처럼 이분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그것은 원더스가 창출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전문 지식을 갖춘 배송 기사님들은 경험배송을 하는 주체가 되면서 ‘미들택트’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웅진의 코디 서비스나,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매니저), 아모레퍼시픽의 방판(방문판매) 카운셀러처럼 배송 기사님의 역할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택트’라고요? 처음 듣는 용어인데요. 무슨 뜻인가요?
이커머스의 발달과 함께 최근 감염 바이러스의 여파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데 저는 원더스의 서비스 모델이 ‘미들택트(on-tact)의 시작’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는 맞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휴대폰을 바꾸러 대리점을 들르면 모든 절차를 처리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금 원더스 배송은 고객과 만난 후 최대한 20분 안에 서비스를 다 처리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어요. 이처럼 필요한 서비스만 확실하고 신속하게 제공하고 나오는 것이 미들택트라고 할 수 있죠.
가령 혼자 사는 여성 고객들을 고려하여 자택 방문 대신 근처 카페에서 대면 서비스 제공도 가능한데, 이때도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여건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렴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두 가지를 한 번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온라인만으로, 오프라인만으로 절대적인 방안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직접 만나는 것이 불가피한 오프라인 영역이지만 온라인으로 처리한 것만큼의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그것 또한 작은 혁신으로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더스의 핵심 경쟁력이 전문화된 배송 인력이라면 선도하는 시장 방향은 미들택트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 떠도는 ‘원더스 2년 주기설’이 있더라고요. 창업 2년 만에 100억원 투자 유치, 2년 만에 투자금 전액 소진,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는 루머 속에서 2년 만에 코스닥 상장 추진 소식이 있었습니다.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 아닌가요?
그래요? 그런 소문이 있던가요(미소). 빠른 배송은 매력적인 시장인데 많이 낙후된 실정을 경험하면서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휴대폰도 이미 큰 시장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성장 포인트가 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렇게 SKT와 연계하여 지금의 원더스가 되었는데 저는 이 시장을 매스(mass) 시장으로 키우고 싶어요.
전문 서비스가 가능한 배송 인력이 확보된 상황에서 연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서비스도 있는 상태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실 자금이기 때문에 수익 창출과 자금 확보에 주력하는 것도 올해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경험을 배송해줄 수 있을지, 고객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서비스를 발견하면서 원더스가 이끌어가는 시장을 지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오늘도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