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때문에
2012년 말, 인스타그램이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자마자 부리나케 다운을 받은 후, 2013년 초반부터 몇 년 간은 정말 열심히 인스타에 빠져 살았다. "인스타그램은 나의 'visual resume (시각적 이력서)'야!"라고 소리치면서. '어떻게 하면 나만의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을까?', '사진은 어떤 구도로 찍어야 할까?', '무슨 프로그램으로 사진 편집을 해야 좋을까?', '어떤 해쉬태그를 써야 하지?' 등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조금 더 나은 콘텐츠를 선보이려 고민했고,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두려 노력하며 쉴 새 없이 포스팅을 해댔다. 이 시기에는 하루에 세 번씩 사진을 올릴 정도였으니 과히 그 빈도를 통해 나의 열정이 얼마나 가득 차 있었는지 쉬이 가늠해 봄 직하다.
그때 그 시절(?) 인스타그램에 훅 빠져들게 된 이유는 정말 그 브랜딩 네이밍에 걸맞은 서비스, '즉각성 (instant)'과 커뮤니티 및 타인과의 '소통 (communication)’과 ‘공유 (sharing)’, 그리고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영감 (inspiration)’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에 용이했고, 인스타그램 역시 그런 부분을 장려하여 ‘Worldwide Instameet Weekend (인스타그램 사용자끼리 실제로 만나는 것)을 적극 지원하였으며, 이는 인스타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적 네트워크를 활발히 넓힐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발판이 되게끔 했다. 또한 매 2주마다 ‘추천 사용자’를 선정하여 세계 각지에 있는 인스타 그래머들에게 자신의 계정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0년,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지 7년이 훌쩍 넘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인스타그램 대한 호감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용한 기간이 오래되어 내가 초심을 잃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내가 목도하고 경험하는 인스타그램은 예전의 그 영감 넘치고, 창의적이고, 인간미가 흘렀던 그 애플리케이션이 더 이상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인스타그램이 이렇게 '변질(?)'된 이유의 가장 큰 전환점은 바로 페이스북이 인스타를 인수한 이후이다. 자그마치 1조 원(!!!)이 넘는 값에 자사의 서비스를 맹렬히 따라잡고 있던 강력한 경쟁자를 아예 사버린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로는 로고를 바꾼 것과 인스타그램 유저의 사진들을 포스팅한 시간 대 별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 자기네 만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자신과 교류하는 횟수(라이크나 댓글을 자주 다는)가 잦은 사람의 사진이 포스팅한 시간과 관계없이 가장 위로 나타나게 되는데, 사람이 아닌 기계가 자동으로 '판단'해서 '보여주는' 피드에는 한계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가령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지 않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가뭄에 콩 나듯 한 번 올리는 사진이 내 피드 가장 위로 떠오르는 일은 드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너무나 무수한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들의 범람 및 광고들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모두 고맙게도 무료로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이고,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한 페이스북으로써는 그 투자한 가치를 되돌려 받고 싶은 심정,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인스타 스토리에는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 한 명 당 광고 하나가 붙을 정도로 광고의 홍수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스냅챗 (Snapchat)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스타 스토리 (InstaStories)' 나 유튜브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IGTV는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스크롤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인스타 스토리를 론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피드 중간에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라는 아이콘이 갑툭튀어 나와 스크롤을 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타인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며 자신의 삶에 불행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한 때는 제한적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좋아요 (like)” 수를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으나 이런 실험은 성과 없이 원래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이스페이스,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등 많은 1세대 소셜 미디어들이 떴다가 진 것처럼, 인스타그램도 이제 지는 해가 된 듯한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현실의 반영일까. 하나 확실한 것은 인스타그램은 실제로 중국의 틱톡에 맥을 못 추고 있으며 틱톡에 비해 신규 유입자 및 실사용자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중국 정부에서 차단해 놓은 게 아니라 개인 정보를 빼 가기 위해서 외려 적극 장려하는 앱이라 그런지, 대륙의 인구수에 힘입어 조회수를 높이기 용이하기 때문인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인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틱톡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대해 회의적인 글을 올리는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화면 안 애플리케이션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서비스 및 물건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자기 자신의 삶의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을 뽐내며, 워너비 인플루언서들은 그런 부류에 끼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인스타그램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앞으로 조금 가볍게 이 애플리케이션을 대해보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나의 시각적 이력서로 다루다 보니 높아져만 간 피로도를 줄이고, 비즈니스 커넥션은 창출하되 남과의 비교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인스타그램이 망하더라도 싸이월드의 최후의 순간처럼, 한참 열심히 준비했던 연극의 막이 내린 것처럼,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가볍고 경쾌하게 즐기다 새로운 핫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면 바로 갈아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 그것이 인스타그램을 잘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