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런치'와 비슷한 플랫폼이 해외에도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Medium은 각국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써서 공유하는 공간이다. 가끔 생각날 때 마다 들려보곤 하는 이 곳엔 무수한 양질의 컨텐츠들이 다 익은 도토리처럼 주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매우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다. John P. Weiss라는 이름의 예술을 하는 작가는 소셜미디어를 나르시스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내놓았다. (참조: https://thecoffeelicious.com/this-is-the-antidote-for-digital-narcissism-998b424a1ba1)
This Is The Antidote For Digital Narcissism
이 글은 '포켓몬 고'가 첫 출시 되었을 때를 상기시키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좀비'처럼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기 위해 고군분투했는지를 일깨우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고 길거리에 있는 설치물에 부딪히거나, 지갑을 도둑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차에 치일 뻔하는 위험까지 감수한다. 소셜미디어는 포켓몬 고와 다르게, 'Like'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혈안이 되어있다. 사람들은 하나라도 많은 'Like'를 받기 위해, 최대한 예쁘게 나온 사진들을 엄선하고, 그에 걸맞는 필터를 입힌다. 페이스북에 접속해보면 누구는 '하와이'에 가서 인생을 즐기고 있고, 인스타그램의 한 친구는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그들이 겪었던 시행 착오(예를 들어서 사실 경제적으로 하와이에 갈 만한 형편이 못 된다던가 혹은 아프리카에서 수트케이스를 잃어버린 등의 사건)들은 그들의 소셜미디어에 나타나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반복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routine)은 소셜미디어에 공개되지 않는다. 빨래, 설겆이, 청소, 이메일 회신 혹은 엑셀을 덩그러니 바라보는 일 등등 그것만큼 지루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쿨'한 일만 공유한다. 근사한 커피숍에 앉아 멋진 친구와 찍은 사진 혹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셀카로 찍어 올린다. 그래야만 하나라도 더 많은 'Like'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라이크 수가 높으면 덩달아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는 마치 어렸을 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면서 부모님한테 나를 바라봐달라고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 소셜미디어에서 '쿨'한 내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나를 바라봐달라'는 소리 없는 외침을 울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Like'를 하거나 답글을 달아주면 나의 삶이 인정받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렇게 구독자나 팔로워 수를 높인다고 치자. 그렇다고 행복해질까? 답은 "아니다"이다.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의 일그러진 초상과 같다. 현실은 뒤쳐진 그림자와 같을 뿐이며 진정한 나의 모습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포토샵 등의 툴을 이용하여 사진 보정을 거친 후 잘 나온 사진만을 간추려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그 후 숨이 멎을 듯 초조하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이렇게 주목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디지털 나르시스트(자아도취자)"라고 필자는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활동이 과연 무슨 소용일까? 결국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자기애'와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이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자아도취자'들을 양산해낸다.
이런 자아도취적 소셜미디어의 사용 행태에 명쾌한 해답으로 필자는 '진정한 나 자신 (Authenticity)'을 주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겉치레나 허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한 두푼의 알량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자기 자신이 가진 장기를 더욱 날렵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자고 주장한다. 내가 누구인가를 재정립하고, 내가 가진 능력을 키워가는 데 헌신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진정한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The privilege of a lifetime is to become who you truly are.” ― Carl Jung
나도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사진을 세 개씩 올리는 등 열정적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예쁜 필터를 적용하여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추천 사용자'로 이름을 올리고 난 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팔로워 수는 잠시나마 기쁨이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내가 초창기에 가지고 있었던 초심과 열정을 잃어버리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라 'Like'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사진들을 올리기에 급급해진 것이다. John P. Weiss의 글은 나의 소셜미디어 이용 행태에 대한 경종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모두가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