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of 2020 & New Year's Resolution
2020년은 많은 이들에게 전례 없는 한 해로 남지 않을까 싶다. 이번 해 초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2와 0이 반복되는 이 새로운 해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과 기대를 품은 듯 잔뜩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기대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맞아,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 빼앗아갈 것이라고는 연초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의 조국, 한국이 빛난 해였다.
2020년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인 최고의 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및 외국어 영화상까지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스타트를 잘 끊어준 덕분인지, 그 기세를 이어받은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후 처음 발매한 영어 곡 <Dynamite>, 리믹스 곡 <Savage Love>, 그리고 한국어로 된 <Life Goes On>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달성했으며, 미국 타임지에 '이 해의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뽑히는 영광을 품에 안기도 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작년 번리 팀을 상대로 넣은 골으로 그 해의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피파 '푸스카스 상(Puskas Award)'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고, 팀메이트인 해리 케인과 함께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여러 매체에서 이번 해의 최고 윙어로 뽑히는 등 겹경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뿐이랴, 최근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스위트 홈(Sweet Home)>은 미국, 캐나다 및 남미, 중동, 아시아 국가들의 콘텐츠 전체 순위 상위권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현빈, 손예진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사랑의 불시착 (Crash Landing on You: CLOY)>과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 <이태원 클래스>는 일본에서 '제4차 한류'라고 불리며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2020년은 개개인 및 문화적 업적 달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드넓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어떻게 한국이 '3T: Trace, Test, Treat: 추적, 검사 및 치료'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통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외신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고, 뉴스 매체들은 하나 같이 '어떻게 한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했는지'에 대해 다루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과 미국의 첫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같은 날에 발생했으나, 그에 대처하는 정부 및 시민 의식이 크게 차이가 났으며, 바이러스의 억제를 '국가 봉쇄' 없이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더 미디어의 집중을 많이 받게 된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및 '자유'와 '방임'을 혼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들로 하여금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한국과 달리 급격하게 증가하여 현재 사망자가 341,000명이 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한국의 성숙한 시민 의식과 '드라이브 쓰루(Drive-thru)'라는 혁기적 테스팅 시스템의 도입 및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중앙정보시스템과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 테스팅 키트 수출 등을 통해 한국이 민주적이며,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국가임을 세계에 알리는 전화위복이 되어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E-cA4UK07c&ab_channel=Vox
https://www.youtube.com/watch?v=HRz-Tr553cc&ab_channel=BusinessInsider
세계 여러 유수의 매체들에 오르내린 건 아니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작고 큰 성과를 이루어냈던 2020년이다. 이번 해 초, 핵심 목표로 삼은 것은 'Mindfulness: 마음 챙김'이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나'와 '나의 마음'에 대해서 더욱 깊게 파고 들어가 정신적 성장에 집중하고자 노력한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 볼 수 있겠다. 헬스장에 갈 수 없는 대신, 하루 30분 집에서 유튜브 요가를 통해 늘 있었던 허리 통증이 사라졌고, 코로나 때문에 외식과 카페에 가는 빈도가 낮아져 요리 실력은 늘고 돈 관리는 더욱 꼼꼼하게 해낼 수 있었다. 매일 하루 30분씩 요가하기, 산책, 자기 전 명상 등을 통해 나의 몸과 감정에 대해 배우고 나니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한 것 같아 뿌듯하다.
코로나가 터진 3월, 패션계를 은퇴하고 나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간 학교를 졸업하고 졸업 작품 전이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졸업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는 취소되어버렸다. 하지만 학교가 끝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날, 우연히도 밴쿠버의 힙한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소스 패키징부터 시작하여 밀키트 레시피 카드 디자인, 메뉴 및 웹디자인 등 디자인 &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바쁜 그 사이사이에 <토종 한국인, 밴쿠버 패션계 정착기>라는 브런치 북을 하나 완성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협업 역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해 오고 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2021년을 위한 목표로는
- 밴쿠버에서 이름을 날리는 패키징 디자이너가 되는 것
- 더 배우기: 일러스트, 프로크리에이트, 애프터 이펙트
- 꾸준히 신체와 마음, 감정 관리하기 (요가, 산책, 명상)
- 브런치에 글 쓰기 & 책 내기이다.
2020년의 심플했던 목표, '마음 챙김'에서 조금 더 구체화된 이 목표들을 2021년 한 해 동안 꾸준히 하나씩 실행해보도록 해야겠다. 내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식이 되어 우리의 평범했지만 특별했던 일상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