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는 내 마음속 한편에 크게 자리 잡은 곳이다. 총 42 Acres, 약 950,000 sq ft (평으로 환산하면 약 2만 7천 평 정도)에 달하는 사람이 만든 "가짜" 섬. 하지만 캐나다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방문객들이 방문하는 곳.
지난 13년 넘게 밴쿠버에 살면서 이곳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내 베스트 프렌드가 밴쿠버에 처음 놀러 왔을 때도 가장 먼저 데리고 간 곳이 그랜빌 아일랜드였고, 나와 평생을 기약한 사람과 선약을 한 곳 역시 그랜빌 아일랜드에 위치한 론 바스포드 (Ron Basford) 공원 앞이었으니 말이다.
여름에는 발 디딜 틈 없이북적이는 곳이지만 여행 시즌이 끝나는 9월 노동절 이후에는 어김없이 방문객이 줄어들고 만다. 이번 해는 기후 변화 탓인지 아직까지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지 않지만, 평년에는 온 도시가 늘 축축한 비로 우중충하게 젖어있기 때문에 여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탓이다.
줄어든 방문객을 만회하고 로컬들을 이곳으로 유혹하기 위해서 그랜빌 아일랜드 마케팅팀은 캐나다의 탑 3안에 들어가는 광고 회사, 코세트(Cossette)와 함께 광고를 기획했다. 광고의 컨셉 및 목적은 '아이코닉한 영화 포스터를 재해석하여 비 오는 날에 로컬들이 그랜빌 아일랜드를 방문하도록 하는 것'. 재해석할 영화들은 바로 <Singin'in the Rain>, <Breakfast at Tiffany's> 그리고 캐내디언 배우들 (라이언 고슬링 & 레이첼 맥아담스)이 주요 배역을 맡은 <The Notebook>.
나는 Denny's 테스트 키친 광고 촬영 때 나를 믿고 맡겨준 전문 사진작가, 클린턴(Clinton Hussey) 분의 추천으로 의상 담당으로 광고 촬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Singin' in the Rain>에는 클래식한 체크무늬의 회색 수트와 우산, <Breakfast at Tiffany's>에는 남녀용 트렌치코트만 준비하면 되었지만 문제는 영화 <노트북>의 파란 드레스였다. 1940년대의 빈티지한 스타일을 기성복에서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로컬 패션 디자이너에게 문의하여 커스텀 제작을 의뢰했고, 미리 피팅을 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촬영 당일 레이첼 맥아담스 역을 맡은 Rianna에게 딱 맞았다.
이 촬영은 그랜빌 아일랜드, 야외가 아닌 클린턴의 스튜디오인 실내에서 이루어졌다. 비가 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클린턴의 어시스턴트들이 직접 촬영장 내에서 배우들에게 끊임없이 물을 뿌려대야 했고, 그랜빌 아일랜드 배경과 비 오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줄 리터쳐(Retoucher)가 직접 세트장에 와서 매직쇼를 하는 것 같은 초스피드의 현란한 포토샵 스킬을 엿볼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독특한 컨셉의 광고 집행 중의 별미였다.
다음은 내가 찍은 BTS (비하인드 씬: Behind the Scene) 및 실제 집행 될 광고 사진이다.
그랜빌 아일랜드 PR/Marketing DIrector, Cate Simpson
오드리 헵번 역의 Kiera Wallace와 헤어/메이크업 담당인 Anya Ellis
The Notebook씬 촬영 중인 마이크 & 리아나
패션디자이너이자 의상 어시스턴트였던 헤더 & 사진 작가 클린턴
Singin' in the Rain 촬영 중인 비제이 (Vijay)
리터쳐인 케빈 & 촬영 어시스턴트 조쉬
의상 준비! ;)
리터쳐 케빈의 매직쇼로 탄생한 합성 사진들!
그리고 버스 및 공공장소에 집행될 실제 광고 사진들! 아직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내가 애정하는 곳의 광고 제작에 참여할 수 있어서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이번 해의 목표가 내가 한 작업물을 큰 플랫폼에서 보는 것이었는데, 데니스 테스트 키친과 그랜빌 아일랜드 광고 작업을 통해 그 목표를 이루어 낸 것 같아 뿌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