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리셋되어 혼자 남을 때가 있다.
내가 가진 재산, 내가 누렸던 지위,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덜렁 빈 몸뚱이만이 남았을 때.
처음에는 그냥 망연자실 주저앉아 넋이 빠진 채 숨 쉬는 것조차도 버겁다. 그러나 날은 어김없이 밝아오고, 밤은 또 찾아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어떻게든 하루를 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일어나서 걸어가야만 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마음은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명언이다.
그렇다. 어쩌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가? 이제부터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누구의 도움도 아닌 오로지 나 스스로 이룬 것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성취에도 눈물이 날 만큼 소중할 것이다. 이 얼마나 당당하고 떳떳한 자신인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분명 그 속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씨앗도 남아있을 것이다. 내 마음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진정 좋아하고 꿈꾸던 삶이 아직도 스멀스멀 '나 여기 있어. 나를 잊지 마.'라고 말한다.
세상에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해도 내 마음속에 나를 기억하는 또 다른 나를 친구 해 보자. 그는 요란스럽지도 떠벌리지도 유세 떨지도 않는 완전한 내 편이다. 그 무한한 사랑을 주는 내편은 가장 나답게 생각하고 나답게 판단하게 해주는 든든한 스승이자 지원자이다.
자신에 대한 통찰은 내면을 단단하게 해 줌으로써 지나간 실패를 값비싼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마치 나무가 자라면서 생긴 상처가 굳어져 단단하게 형성된 옹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호시절만을 누릴 수 없다. 사계절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제 힘겨웠던 나의 한 계절이 지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헛 것을 붙잡고 사느라 고생했다. 나 이제야 비로소 나답게 제대로 살아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