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는 "짜장면을 먹을 것이냐, 짬뽕을 먹을 것이냐'다.
짬뽕은 처음부터 한국 음식은 아니었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중국말 같고, 일본말 같고,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다.
원래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먹던
중국식 해물국수였다고 한다.
<통설>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長崎)에서 복건성(福建省) 출신의 화교 진 평순(陳平順) 씨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가난한 화교와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만든 국수, 초마면(炒碼麵)이 짬뽕의 기원이라는 설
<1세대 짬뽕, 초마면>
한국에는 어떻게 들어왔노라니,
산동성 출신의 화교가 많이 거주했던 인천에서
복건성의 향토요리인 탕육사면(湯肉絲麵)을 변형한 것이
짬뽕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에 들어온 음식들은 원래대로 남아 있지 못한다.
'매운 민족'
어느 순간부터 고춧가루를 뒤집어 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짬뽕도 그랬다.
처음의 짬뽕은 지금처럼 붉지 않았다고 한다.
맑은 국물에 해물 맛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국물이 있으면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마늘이 들어가고,
불이 세진다.
그 순간 짬뽕은 외국 음식은 한국스타일로 변모한다.
이사 날,
졸업식 날,
퇴근이 늦은 날,
집에 아무것도 없는 날.
짜장면은
달아서 아이들이 좋아했고,
탕수육은
나눠 먹어야 했지만,
짬뽕은 혼자 먹기 좋았다.
국물이 있기 때문이다.
짬뽕을 먹을 때 우리는 대체로 말이 없다.
그러나 말없이 먹어도 이해가 되는 음식.
땀 흘려도 굳이 이유를 묻지 않는 음식.
세월이 지나 짬뽕도 점점 변화했다.
해물은 산처럼 쌓이고,
국물은 더 붉어지고,
불맛은 경쟁이 됐다.
이제 종류도 많아졌다.
이 집은 불짬뽕,
저 집은 백짬뽕,
어디는 해물짬뽕,
어디는 차돌짬뽕.
이제는 퓨전 크림짬뽕까지.
아무 설명도 없던 옛날 짬뽕이 조금 그립다.
짬뽕의 역사는 잘 먹고 살기 시작한 이야기라기보다
그럭저럭 버텨온 서민들의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짬뽕은 어수룩한 날에 더 잘 어울린다.
출출한 날.
기분 처지는 날.
땀 한 번 쭉 흘리고 싶은 날.
전통 음식도 아니고, 외국 음식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었고
앞으로도 그걸 것 같은 음식. 짬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