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괜찮은 사람”의 느낌이다.
청년기의 안성기는 솔직히 말해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대신 그는 선하게 생긴 배우였다.
윗치아가 다 드러날 만큼 입이 큰 함박웃음,
눈가에 깊게 팬 주름.
그 주름은 늙음이 아니라
사람을 오래 바라본 흔적처럼 보였다.
수묵화처럼 여백이 있는 배우.
안성기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화려하게 앞에 나서기보다 항상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
아마 그건 연기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뒤늦게 알게 된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유니세프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도,
아프리카를 여러 번 다녀왔다는 것도,
수억 원의 기부를 했다는 것도.
그는 그런 걸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 같다.
누가 물어봐도 대충 웃으며 어물쩍 넘어갔다.
그 불친절함이 좋았다.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돕는 사람이 더 커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예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은막의 “대단한 삶”이라기보다는
“아,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남긴 사람.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큰 충격보다는 아, 정말 좋은 어른 한 분이 또 가셨구나 하는 마음.
한 시대의 배우라기보다는 한 시대의 어른.
요란하지 않았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지만
그저 자기 방식으로 세상의 순리를 보여주었던 사람.
안성기가 떠났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배우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조용히 믿고 볼 수 있던 얼굴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는 많은 말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남겼다.
그게, 안성기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