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배를 뚫지 못한다.

by 파레시아스트

나는 간이 작다.

이렇게 간이 작게 된 이유는

가지고 태어난 천성도 있겠고, 성장과정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론 간이 크고 얼굴가죽이 두꺼운 사람들이 부럽다.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두려움을 겪고 산다.

관계, 금전, 건강, 죽음..

그 두려움은 나이와 대상에 따라 다양한데,

특히 나는 크고 작은 사건에서 가슴 졸이던 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서

악몽처럼 따라다니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이혼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옷장서랍 옷가지란 옷은 다 꺼내 놓은 것처럼

내안의 두려움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직장에 다니는 중년에게 이혼이란

감당하기 힘든 감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평생 동반자로 약속했던 반려자를 보내야 한다는 것

자녀와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과 미안함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다는 죄송함

일가친척과 직장에서의 소문들과 시선들

이혼에 필요한 금전적, 비용적 문제

앞으로 홀로 살아가야 할 문제.. 감정적 외로움


이미 일어난 것들과 앞으로 일어날 것들의 비수가

시도때도 없이 생각과 심장을 파고들었다.

자책과 괴로움, 비난과 원망, 부정과 설득들..

눈물도 괴로워도 많이 한 것 같다.


아직 이혼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받아들인지 5년이 지나가고 있다.

다행스러운점은 지금도 여전히 힘은 들지만

그 와중에도 바위틈 이끼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해구같던 절망의 한숨은 얉아지고 있으며

뺨에 긴 굴곡을 만든 슬픔의 눈물길이 짧아지고

무엇보다 싫었던 타인의 시선은 점점 무뎌지고 있는 듯 하다.


벼랑끝과 죽음앞까지 내몰던 두려움들.

심장을 뚫고 갈갈이 찢어 버릴 것만 같았던 두려움의 창들은

결국 1cm도 안되는 내 뱃가죽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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