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by 파레시아스트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에 항상 감사한다.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무한의 페이지를 무료로 주고

또한 누군가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글을 쓰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다행히 나는 글을 쓰는 부담은 없다.

내가 등단한 작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성성도 없겠지만, 글로 돈을 벌 생각은 안 해봤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시인이 아님은

수준 높은 글을 써야 된다는 부담에서 해방된다.


알고 있는 많지 않은 작가 중에 소설가 '김훈'님을 좋아한다.

이분은 PC로 글을 쓰지 않는 분이다.

오로지 원고, 연필, 지우개가 수단이다.

그의 작업은 쓰고 지우고의 반복의 과정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온 손이 시커멓게 된다고 한다.

아날로그다.

목공이 조각칼로 나무를 도려내듯이

손가락이 아닌 온몸의 근육으로 써야만 글발이 서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페이지를 쓸 때도 있고

두줄밖에 못 쓸 때도 있다.

기자 출신답게 그의 문장은 길지 않다.

그러나 사물의 표면에서 머물지 않고 그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그의 시선은 매와 같이 직관적이면서도 송곳같이 매섭다.

또한 사물에서 멈추지 않고

그의 내면과 사물, 사물과 세상, 세상과 시간을 같이 엮어 낸다.

그래서 그의 글은 육개장이다.

몇 페이지의 에세이에서 채소맛, 고기맛, 뜨끈한 맛, 시원한 맛을 다 볼 수 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김훈 작가님을 언급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비슷한 느낌의 표현이랄까 패턴이랄까 그런 것들을 자주 본다.

'결이 달랐다'

'공기가 먼저 멈췄다'

'다르게 반응한다'

'배려가 되는 순간 제도는 수축한다'

찌개의 MSG 맛을 유독 잘 느끼는 사람이 있듯이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chatgpt를 통해 쓴 글들을 보면 그런 낌새랄까 냄새가 난다.

전기 밥솥으로 갓 지은 밥에 전자레인지로 돌린 햇반을 섞어 놓은 느낌.


사실 나도 처음 글을 연재할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본 적은 있는데

그때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마는, 지금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된다.

살아왔던, 살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바를 글로 표현하는데 인공지능의 도움은 필요가 없다.


세상은 계속해서 편리해지고 있다.

디지털이 삶의 편리를 높이는 수단 정도쯤에서 멈추기를 바랐지만,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거기서 멈출 기미가 없는 듯하다.

아날로그가 설 자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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