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뛰는, 가짜 없는 서바이벌
"456번 참가자, 앞으로 나와주세요."
그 숫자는 남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456이었고, 102번이었고, 또 1번이었다.
우리는 모두 번호였다.
우리는 아침마다 무대에 오른다.
정장을 입고, 로션을 바르고, 웃는 연습을 한다.
그러곤 경쟁의 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대출이라는 지뢰밭을 건너고,
서류라는 줄다리기를 하며,
평생 정규직 땅따먹기를 벌인다.
하지만 이 게임은
승자가 없어도 계속된다.
왜냐면 끝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은
적어도 룰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죽으면 끝났고,
적어도 누군가는 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오진어 게임에서는
지더라도 계속 살아야 하고,
이기더라도 더 큰 라운드가 기다린다.
우리는 회사를 향해 구부정하게 인사하며 시작하고,
눈치라는 총알을 피해 다니며,
사표라는 비장의 카드도
늘 가슴속에만 넣어둔다.
그리고 매 라운드마다 생각한다.
“이건 내가 선택한 게임이었나?”
그 대답은 언제나 애매하다.
어쩌다 보니 들어왔고,
나간다고 해서 자유도 없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리고 그 경주를
'성장'이라 부르고,
'성공'이라 미화한다.
하지만 밤이 오면
속이 울렁이고,
눈이 침침해지고,
다음 라운드가 두려워진다.
어쩌면,
진짜 ‘오진’ 건 게임이 아니라
그걸 진짜라 믿게 만든 세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