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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Feb 12. 2024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법인가!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곧 생일을 맞는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좋든 싫든 세상에 나온 날인 일 년에 한 번은 맞게 된다.

그런 생일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 나이가 된다. 

청춘시기에는 더디게 갔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보일 시기에는 늙어감이 빠르게 지나간다. 

늙어가고 겉모습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보진 않아서 실감 나지 않지만 실 나이를 숨길 순 없다. 

늙어 간다는 건 누군가에게 기쁜 일지만 누군가에겐 반갑지 않은 손님 같은 귀찮고 슬픈 존재이다.


연휴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서 내 모습을 반추하여 견주어 본다. 

친구의 머리에 내린 흰머리와 이마와 눈가의 깊은 주름에서 힘든 세상살이를 견뎌온 시간을 본다. 

친구의 늙어감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그 모습이 친구 눈동자 속에서 나를 본다.

어떤 글처럼, 

"벽시계는 가끔 고장이 나서 멈추기도 하건만 무정한 세월은 고장도 없고 멈춤도 없다".
늙어감은 또 다른 서글픔은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들과 이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육체적 노화가 진행되면서 젊은 육체와 도 이별하게 한다. 

아름답고 싱싱했던 건장한 신체 모습과 이별해야 한다. 

감각·운동 기능도 떨어져 물건을 잘 떨어뜨리며 넘어지고, 

기억력이나 기민성과 같은 신체적 기능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자신감으로 무장했던 심리적 기능

역시 도 서서히 감퇴한다. 


 심리학에서는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을 '노화 불안(aging anxiety)'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노화 불안을 경험하는 정도가 다르다.

노화 불안이 심한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자신의 외모가 늙어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에 불행해지는 것은 삶의 중요한 것들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한다. 

이런 노화 불안의 밑바닥에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 

늙어감이 두려운 것은 몸과 마음만이 시드는 것만 아니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어갈수록 불행할 것이라고 여긴다. 

일정 부분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은퇴라는 중요한 사건을 겪으면서 오랜 세월 일해온 일과 직장과 이별해야 할 뿐 아니라 동료들과 도 이별해야 한다. 

소중히 보살폈던 아이들이 성장하여 독립하면서 일정 부분 부모로서 역할과도 이별한다. 

보살피고 바른 길을 이끌려고 했던 역할과 이별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은 아니나 부모의 죽음을 겪는 주변을 보면서 부모와 가슴 아픈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은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삶은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는 법”이다. 

생생하고 싱싱하던 청춘의 젊음의 문이 닫히면, 여유롭고 안정적(?) 시간의 문이 열린다. 

치열한 직장생활과 자녀교육에 매달리는 40∼50대를 기점으로 행복 정도가 바닥을 찍고, 

이후부터는 행복을 느끼는 감도가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나이와 행복의 관계는 유(U) 자 곡선이라고 한다. 

모든 인생사가 그러하듯이, 젊음과 늙음도 상대적인 것 같다. 

누군가가 말한 듯,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렵고 삼십 대에는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섭다. 

쉰이 되고 보니 서른과 마흔이 그리도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하고,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하리라. 

모든 나이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죽음 앞에서 지난 때가 모든 그 나이 절정이었으리라. 

다만 그때는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늙어가는 시기에 행복도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의 말에 따르면 시간 인식이 삶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의 후반부가 되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 

미래의 성취보다 현재의 삶을 향유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은퇴를 하거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매우 제한된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면서 

관심의 범위를 좁히고 가족이나 오랜 친구들과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선택하게 된다.
  

늙어감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대처 방법을 어떤 선택하느냐? 에 따라 삶이 현저히 달라진다".
늙음이 두려운 것은, 아직 젊은 마음이 늙은 몸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늙음은 늦출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는 늙음을 어떤 마음 자세로 맞이할 것인가? 에 따라서 삶도 달라진다. 

잘 늙어가기 위해서는 심리적 성숙과정이 필요하다. 

심리적 성숙은 흔히 말하는 ‘이해가 깊어지는 철이 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영원히 날아오를 것 같던 것처럼 철없이 날뛰던 젊은 시절의 혈기를 진정되면서 자신의 한계와 그 높이의 

유한성을 마음 깊이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물론 심리적 성숙을 위해서는 깊은 생각과 고뇌 속에서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며 치미는 일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의 분노를 달래야 한다.

거기에 타인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몰지각한 행동과 미묘한 갈등에 대한 관계도 이겨내야 한다.

심리적으로 잘 성숙된 사람은 시간의 변화에 대한 받아들임과 너그러움이 깊어진다.
친구의 백발 머리·눈가 주름에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고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파온다. 

“어느새 쉰이 넘어서니 되니 서른과 마흔이 그립고, 

예순이 되면 쉰이 아름다웠다"라고 할지 모르겠다..
  

주말 식사자리에서 갓 서른을 넘긴 조카 녀석이 자신도 늙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냥 가소로운 마음에 웃어넘긴다. 

지난주, 곧 요양원에 입소하실 치매기가 한창 이신 노모를 찾아뵈었더니, 

“내가 그 나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싱싱하고 거친 젊음의 문이 닫히면 여유롭고 편안하고 덜 팔팔한 중 장년, 

아니 노년의 문 열리 것이다.
 “이제부터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늙지 않으면 된다”라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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