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은 ‘배웅하는 날’이 아닌, 바로 새롭게 ‘마중하는 날’이야!
한 해도 다 갔다.
마지막이란 이름은
다시 새로운 시작이란 다른 이름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또다시 한 해가 찾아온다.
내일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일들이 책상 위에 어지러이 미완의 상태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
손끝을 대기만 해도 쓰러질 게 분명한 미완성의 도미노 더미처럼 차곡히 쌓여있다.
항상 마지막이란 이름으로 다가올 시기에는 몸과 아니라 마음마저도 바빠진다.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게 아닌 이유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뒤죽박죽이다.
몸과 마음이 덩달아 바쁜데 향하는 곳이 제각각이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골똘히 쳐다보면,
무엇부터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이번엔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몸은 이미 지난번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한 장소로 향하고 있다.
다시 미루기가 싫어서 몸을 세우고 목적지로 향한다.
그 친구가 식사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찾아오는 소식거리는 웬 돈 나갈 일들과 걱정거리만 날아드는지!”
“행운이나 희소식이 맹렬한 기세로 찾아들면 좋을 텐데 말이지!”라고 한다.
실없는 농담이라 치부하고 한바탕 웃긴 했지만,
밀려드는 이런저런 불안한 걱정들에 머리 아프긴 매 마찬가지이다
너도 나도 공감하는 이야깃거리이기에 한참이나 속으로 웃었다.
헤어지기 전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네게 마지막 날 어떤 의미야?”
잠시 머뭇거리자, 그는 친절하게 이렇게 덧붙인다.
“내겐 마지막 날은 ‘배웅하는 날’이 아닌, 바로 새롭게 ‘마중하는 날’이야”.
새로운 하루를 마중하는 그날,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할 때처럼 설레는 그날,
그저 말만 했을 뿐인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헤어지고 난 뒤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이른 봄날에 끄적거리며 쓰기 시작한 단편모음은 아직 완성까지는 저만치에 있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고쳐보는데,
아무리 문장을 빼고 더해 보아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굳이 마감날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순간에 움직이는 일상의 감정파편들이 아닌
‘정제된 최선의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친다고 해도 곧 완성될리는 없어 보인다.
가기에 몇 년 전부터 준비한 수묵화 작업은 아직 제대로 된 그림 하나도 아직 그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마지막까지 완성해 보는 것이 목표인데!...
완성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 고치고 또 고치고 있는 중 이긴 하지만,
마지막을 이렇게 미루고 유예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다시 시작을 반기고 즐기는 마음으로,
마지막과 시작이 만나는 때가 온다면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늦은 밤을 지나 깊은 밤은 다른 하루를 부른다.
이제 뉘엿뉘엿 마지막 날이 흘러간다.
주변의 온갖 희망의 말잔치로 시작했지만 돌아보니 '근심으로 가득 찬 날들'을 살아온 듯하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이란 삶의 대부분은 행복도 불행도 아닌 다행으로 채워지는가 보다”라는 푸념을 털어놓는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난 삶의 어디쯤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한다.
간절히 다시 시작하고픈 ‘그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때가 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
이 마지막 날들이 지나고 새로운 날들이 찾아오면,
‘지금의 나’를 좀 더 다독이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