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교육을 할 때 나의 가장 큰 아쉬움은, 교육의 목표가 취준생들의 건강한취준을 돕는 개인적 차원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건강한취준이란 이름의 우리의 교육과정은 Mezirow의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건강한 취준은 취준생들이 불안/우울/학습된 무력감에 빠져있는 소위 대2병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건강하게 취업과정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교육이다. 취준생들이 대2병에 빠지는 이유는 한국사회를 살아오면서 갖게 되는 여러 부정적인 관점으로 인해 취업을 위한 경험을 차근차근 쌓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관점을 건강한 취준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건강한취준의 교육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취준생 개인의 관점을 전환하여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국한된다. 취준생들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건강하게 취준하게 되지만, 이것이 어떤 사회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Mezirow의 전환학습은 개인적 차원의 관점전환을 다루는 것이 맞다. 하지만 후속연구가 진행되면서 전환학습은 사회해방적 차원에서도 다뤄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실제로 사회적 변화는 개인적 변화가 일어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레이리가 문맹인 브라질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화 교육이 있다. 그들의 억압적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돕는 단어들을 학습하고, 글을 읽을 수 있게 도우면서 농민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회의 구조를 파악하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획득은 억압적 사회구조를 변혁하겠다는 동인이 된 것이다.
해서 ‘어떻게 건강한취준이 단순히 건강하게 취업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넘어서서 취준생분들이 사회적 구조를 변혁하게 돕는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건강하게 취준을 할 수 있게 돕는 관점전환이 억압된 사회구조를 변혁하거나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동인이 될 수 있게 돕는 교육과정을 디자인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 3가지 정도의 아이디어가 있다. 디자인씽킹적으로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취준생분들도 ‘아니 그냥 나 취업만 잘하면 장땡인데, 이런 건 왜 다뤄?’라고 느끼지 않고, ‘오 좀 신기한데, 이것도 충분히 내 취업에 도움되겠다’고 느끼게 만들만한 교육과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ESG경영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고, 이것이 채용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