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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학습 논쟁에 대한 반박

전환학습 기반 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by 정준민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에 대한 Newman, Cranton & Kasl, Dirx의 논쟁은 Z세대 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을 전환학습이론 기반 실행연구(action research)로 진행한 내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내 연구를 이 논쟁과 연결하여 논평해보고자 한다.


첫째, 건강한취준 교육은 전환학습이라고 봐야 하는가, 그냥 학습자의 변화를 만들어 낸 좋은 교육(good learning)이라고 봐야 하는가? 연구결과 학습자들은 자신이 새로운 어떤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였고, 이전에 수행할 수 없었던 과제를 이제는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나 자신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긴 하였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식, 기술, 태도의 변화인 좋은 학습의 결과일까? 개인적으로 많은 학습들이 지식, 기술, 태도의 변화를 꾀하지만 삶의 여러 경험을 해석하게 돕는 관점에 해당하는 관점전환까지 도모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계획은 꼭 지키기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갈 동력을 얻기 위해 세우는 것이라는 관점전환은 의도된 교육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을 변화시키는 학습은 그저 좋은 학습과는 구별되는 전환학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교육자들은 전환학습을 촉구할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들을 조성할 수 있지만, 전환학습이 일어나도록 의도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건강한취준 연구를 비추어 생각건대, 그렇지 않다. 본 연구는 실행연구의 방법론에 입각하여 무수히 많은 수정의 과정을 거쳐 Z세대 문과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진로와 관련된 부정적 준거틀을 긍정적 준거틀로 전환하기 위한 진로교육을 만들었다. 그 결과 학습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된 관점전환이 ‘매번 일정하게’ 발생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었다. 이는 정교하게 짜인 교육 프로그램은 의도된 관점전환을 도모하는 전환학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셋째, 전환학습을 통해 ‘무엇’이 전환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구체적인 실천으로 바꾸자면 진로교육을 통해 ‘무엇’이 전환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본 연구를 통해서 바뀐 것은 초기 Mezirow의 연구에서 중점을 둔 인지적 측면의 전환이라고 봐야겠다. 또한 개인과 사회의 측면에서는 개인차원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취준생의 부정적 준거틀이 긍정적 준거틀로 전환된 것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취준생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관점전환이 일어나지만, 이것이 사회변화를 위한 동인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넷째, 전환학습을 통한 변화가 ‘영속적’인가? 구체적으로 진로교육을 통한 학습자들의 관점전환은 영속적인가? Mezirow는 관점이 전환되면 절대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들을 tracking 한 결과 모든 학습자들의 관점전환이 영속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는 끊임없이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존재이고,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변화의 영속성은 언제나 담보할 수 없는 내용일 것이다. 프랑스의 68혁명 세대의 변절에 대한 ‘인지부조화’ 이론은 이를 극명하게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덧붙여 건강한취준 학습자들 중 일부도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삶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부정적 준거틀로 퇴보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섯째, 전환학습을 통해 학습자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는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는 둘째에서 다룬 구체적으로 의도된 전환학습을 일어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논쟁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취준 학습자들을 생각했을 때, 학습자들은 거의 비슷한 형태의 관점전환이 매 시행마다 발생했다. 이와 같이 교육을 통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잘 의도된 전환학습의 경우, 윤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잘 의도된 전환학습은 소위 ‘브레인 워싱’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브레인 워싱의 대표적 사례는 마오쩌둥이 반동주의자들을 강제적으로 올바른 신중국의 사회체계에 편입할 수 있는 사상을 갖도록 강제적 설득을 활용한 것을 들 수 있다. 건강한취준 역시 잘 의도된 전환학습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강제적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참가자가 70개 이상의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이성적 담론을 나누는 과정에서 관점전환이 발생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모델링이 제공되고, 의도된 전환학습이기에 학습자들의 관점전환 결과가 비슷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이는 프레이리의 의식화 교육에서 브라질 농민들이 대체로 자신의 억압된 처지를 깨닫고,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변혁하겠다는 관점전환을 하게 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즉, 학습자들로 하여금 거의 같은 형태의 관점전환을 발생시킨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1) 강제적이지 않고, 2) 그 내용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브레인 워싱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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