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의 교육적 역설: 학생의 입장에서
능력주의는 무엇이고, 그에 따른 교육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내 능력은 대학 졸업장이 증명해”
메리토크라시는 우리나라에서 능력주의라는 말로 번역되곤 한다. 이때 능력은 <공정이라는 착각>을 쓴 마이클 샌델에 의하면 ‘재능과 노력의 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능력주의 사회는 재능과 노력의 합인 능력에 의해 사회의 희소적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고 보는 사상이다. 신분에 의한 세습이 이뤄지던 봉건제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능력주의는 사회의 희소적 자원을 분배하는 가장 핵심적인 규칙이 되었다.
능력주의가 주류가 되는 과정에서 도대체 무엇이 ‘능력’있음을 알려줄 수 있을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학업/학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주의의 표상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여 입신양명하는 것으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어쨌든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높은 수준의 학업수준을 증명하는 것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소위 국영수탐에 올인하는 교육, 입시지상주의 교육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를 다른 말로는 ‘한 줄 세우기 교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주의에 입각한 입시지상주의 교육은 학업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을 학교에서의 배움으로부터 소외시켰다. 나아가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학습시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등장한 것이 소위 ‘여러 줄 세우기 교육’이다. 꼭 학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것을 잘하는 학생들이 충분히 인정받고, 학교에서의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능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도 능력주의의 인식론에 기반
“나 그래도 이건 좀 잘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능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교육인 ‘여러 줄 세우기’ 또한 현장에서 적용될 때는 결국 능력주의적인 인식론에 의해 완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여러 줄 세우기가 성공하기 위해서 결국 아이들이 ‘내가 그래도 이거는 다른 애들 보다 잘한다’라는 형태로 자기효능감을 획득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아이들이 자기효능감을 갖게 되는 순간은 바로 위와 같은 감각을 느낄 때였다. 이를테면 ‘코딩은 그래도 내가 좀 친다’ ‘베이킹은 여기서 내가 제일 잘하지’ ‘랩은 동 나이대에서 내가 엄청 잘 하는 편인듯’과 같은 감각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내 능력이 남보다 좋다’는 능력주의적 인식론에 의해 여러 줄 세우기 교육도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능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도 역설적으로는 능력주의에 의한 교육이 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동물인 아이들이 당연하게도 스스로에 대한 자기효능감을 갖기 위해서는 ‘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생각해보았을 때, 능력주의에 입각한 교육이 옳다/그르다를 판단하기 이전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성상 학생들이 자기효능감을 확보한 채 유의미한 학습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주의에 입각한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회이거나, 선호하는 직업이 희소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관없을 수 없겠지만, 현실은 취업조차 어려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필자가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학생의 사레를 통해 '여러 줄 세우기가 실상 한 줄 세우기'가 되고 있는 교육 현장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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