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의 실패

여러 줄 세우기도 실상 한 줄 세우기

by 정준민

“공부 못하면 하고 싶은 걸 배울 수가 없네”


여러 줄 세우기가 입시와 연결되었을 때(고등학교 입시까지 포함한), 소위 좋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도 한 줄 세우기에 해당하는 ‘내신’을 요구한다. 그로 인해 이를테면 특성화 고등학교 미용과를 가고 싶은 학생이 ‘내신’의 한계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내신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비인기 학과’로 가게 되고, 이때부터 강력한 학습된 무력감을 갖게 된다. 구체적인 사례로 미용과를 가고 싶었으나, 성적이 되지 못해 미용과가 아닌 회계과로 간 학생을 들 수 있다.


이 학생은 거의 대부분의 것에 관심이 없지만, 중3 여름방학쯤이 되어 계열과 과를 고민하다가 ‘미용 쪽 일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미용과를 가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미용과를 가기 위해 필요한 내신의 커트라인이 평균 5등급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7등급 대인 자신의 내신으로 미용과를 갈 수 없다고 느낀 이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비인기 과인 회계과로 결국 진학하게 되었다. 이 학생은 그 이후 당연하게도 회계과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전과를 위해서도 회계과에서의 내신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이 학생이 느끼는 무력감은 상당했다.


‘공부 못하면 하고 싶은 걸 배울 수도 없네’ 이런 생각이 든 학생들은 글쓰기 수업 때 종종 이러한 마음을 표출했다. 다음은 또 다른 고1 학생이 글쓰기 수업 때 작성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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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생은 내신이 부족하여 특성화고의 회계과에 들어간 학생이다. 또한 지금까지 공부를 잘하지 않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막연하게 유튜브 크리에이터 같은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란 말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관련된 영상편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현장의 여러 줄 세우기를 면밀하게 분석해보았을 때, 실상은 한 줄 세우기가 기본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내신이 아니면 아이들은 특성화고에서도 원하는 학과를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능력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한 여러 줄 세우기가 실상 한 줄 세우기가 됨에 따라 유의미한 학습으로부터 소외되고,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 학생들이 어떻게 혐오와 차별을 내재화하게 되는지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나아가 이러한 하위권 학생들과 팀플을 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갖게 되는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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