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에 기반한 혐오와 차별의 탄생
하위권과 상위권 모두 혐오와 차별을 학습하다
“내 탓은 아니고, 네 탓인데, 내 탓이야”
여러 줄 세우기가 실질적으로 한 줄 세우기가 되는 현장에서 하위권은 학습된 무력감에 기반하여 학교에서 일어나는 유의미한 학습으로부터 소외된다. 이렇게 학교에서 소외되는 과정에서 하위권은 협력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게 되고, 자신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표현될 수 있다.
1. 애들한테 피해가 가는 거를 고려하기 이전에 이미 팀플 해봤자 내 인생에 득 될 것이 없다. 팀플 하나 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 내 인생이 달라지는 게 없으니 안 하는 거. 그리고 소위 상남자처럼 보이기 좋음. 그래서 이러한 타나토스적 본능의 실현을 즐기게 됨.
2. 가끔씩 공부해야 될 것 같고, 인생 조진 것 같기도 하지만.. 조금 깔짝여보면 아무것도 모르겠음. 이미 늦은 것 같음. 상위권 애들 하는 거 보면 이미 따라잡긴 글렀음. 그러니 인플루언서니 코인이니 멀티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요행을 바라게 됨. 뭔가 착실하게 노력해서 직업을 갖는 것보다 이런 것들이 더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 게다가 내가 더 빡세게 살 필요도 없고(인플루언서나 코인 등도 잘 되기 위해서는 꽤나 대단한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함).
3. 놀 줄도 모르고, 입시에 매몰된 상위권이 한편으로 불쌍함. 그러나 양가감정으로 뭔가 근사한 미래가 있어 보여서 존나 부러움.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잘 놀다) 살다 가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됨. 왜냐하면 이 생각을 안 가지면 내가 너무 초라해지기 때문.
위의 감각들과 소위 앰생(?)이 되는 과정이 심화되면..
1. 나를 탓하기엔 너무 비참함. 그러니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는 흙수저론이나 구조에 대한 비판(특히 페미니즘에 의한 역차별을 비판하는 등의 공정 담론)을 맹목적으로 수용. 특히 나를 정당화할 수 있으며, 말초적 자극을 일으키는 논리들을 수용. 사이버 렉카 등에 의해 유튜브, SNS 등에서 추천되는 콘텐츠에 의해 일련의 관점(frame)이 형성됨.
2. 그런데 그 콘텐츠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에 기반한 능력주의에 뿌리를 둠. 그래서 기생충에 나오는 지하방 아저씨처럼 소위 돈 잘 버는 사람들을 인정함. ‘그 사람들이 공부도 열심하고, 노력도 많이 했으니 성공했겠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게 한편으로는 내가 노력하지 않은 지난날 때문이라고 판단함. 이러한 관점으로 인해 사회구조를 탓하지 못하게 됨. 이것이 프레이리가 이야기하는 실존적 이중성(피억압자가 억압을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만, 동시에 억압자의 의식을 내면화하고 추구하는 것. 결과적으로 억압자를 욕하고 싶지만, 억압자의 능력주의를 그대로 수용하게 되는 것)으로서 20대가 된 하위권의 의식을 잠식한 이데올로기가 됨.
3. 그로 인해 공정에 기반한 능력주의를 신봉하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게 됨. 사회구조를 바꿔 실질적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려는 쪽이 아닌, 오히려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트럼프나 윤석열 찍는 등 극우파를 찍는 형태로 표현됨. 이를 통해 내부의 분노를 공정하지 못하게(?) affirmative action을 받게 되는 특정 세력(여성,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서 승화(?)시키는 것.
“철저하게 능력대로 벌어야지, 역차별 out!”
한편 이러한 하위권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위권은 하위권에 대해 다음과 같은 관점을 무의식 중에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1. 팀 학습이 많은데, 쟤네는 걍 무임승차하네. 그냥 좆되면 좆되라는 식이네. 걍 노답이다. 쟤네는 정신상태가 좀 이상하다.
2. 노력하면 적어도 3등급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걸 안 하네. 저러면서 인플루언서니 코인이니 이런 얘기나 하고. 쟤네는 정신상태가 이상하다.
3. 저렇게 정신상태가 이상하고 노력도 안 하는 애들이 당연히 딸배(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나 폰팔이 이런 거 해야지. 또 팀플마냥 무임승차하고 그러면 안 되지.
4. 우리는 놀고 싶은 줄 몰라서 그런가. 우리도 다 참는 건데. 노력도 재능이지.
사회로 나와 심화되면
1. 저렇게 정신상태 이상한 애들도 나랑 똑같이 한 표씩 행사하는 게 맞나?
2. 내가 열심히 번 돈을 세금으로 떼어다가 띵가띵가 노는 친구들 지원해주는 게 맞나? 세금 내는 거 개 아깝네.
3. 가난하거나 편부모거나 여하튼 좀 그런 데서 태어난 애들은 딱 그 티가 난다니까. 아예 상종을 안 해야 돼. 재수 옴 붙을라. 끼리끼리는 과학이야. 급이 맞는 친구들이랑만 놀고, 뭘 같이 해야지.
4, 확실히 철저한 능력주의 사회가 될 필요가 있어. 자기 재능과 노력만큼 돈을 벌어야지. affirmative action(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역차별)을 왜 하는 건지 몰라. 이건 공정하지 못해. 지균충, 여성할당제 이딴 거 말하는 새끼들은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다음 편에서는 학교현장에서 협업 역량과 연대를 기르기 위해 실행되는 팀플이 어떻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지 자기효능감과 실질적인 개인의 이익 차원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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