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의 대안인 협동학습이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조장

팀플이 협력과 연대가 아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다

by 정준민

“프리 라이더와 버스기사는 모두 약자를 혐오하고 싶다”

앞서 하위권과 상위권의 관점(frame) 형성과정을 보면, 우선 혁신학교에서 강조하는 협동학습, 즉 ‘팀플’이 오히려 현장에서는 협력과 연대가 아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상적으로 가정한 팀플 상황이 나오지 않고, 하위권의 무임승차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무임승차가 발생할까? 다양한 교육학 이론이 무임승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팀플 상황을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고 있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앞의 분석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첫째, 자기효능감 둘째, 실질적인 개인의 이득과 관련되어 보인다.

자기효능감 차원에서 먼저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영어과목에서 이뤄지는 팀플을 생각해보자. 영어를 잘하는 상위권과, 못하는 하위권이 같이 팀플에 참여한다. 영어를 못한다고 느끼는 하위권은 팀플에서 스스로가 잘하는 애들에 비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거의 없다고 느낀다. 게다가 좀 열심히 해봤자 뭔가 비난받을 것만 같다(실제로 가끔 무임승차 안 하고 좀 해도, 퀄리티에 대해 비난받을 때가 많다). 그러니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즉 이상적인 팀플 상황에서는 이질적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문제를 해결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해당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을 갖지 못한 하위권은 애초에 팀플에 참여할 때부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주눅 들어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실질적인 개인의 이득의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어차피 하위권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을 잘 못 볼 것이다. 그러므로 팀플을 아무리 잘해봤자 9~5등급 사이의 점수를 받게 된다. 그러니까 팀플을 열심히 한다는 건 나한테 아무런 득도되지 않는 행위에 노력을 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하위권은 팀플에서 ‘무임승차’를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들도 초기와 달리 현재는 팀플을 수행평가에 거의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결국 개인의 수행을 평가한 것 만이 내신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점수 없이 이뤄지는 팀플에서도 하위권은 항상 무임승차를 진행하고, 상위권은 ‘세특’에 한 줄이라도 더 넣기 위해 소위 ‘버스기사’를 맡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하위권은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고, 자신을 초라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장애인,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하게 된다. 상위권 역시 무임승차를 한다고 여겨지고, 공정하지 못한 혜택을 받는다고 여겨지는 장애인, 여성, 차상위계층을 혐오하고 차별하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협동학습(팀플)이 혐오와 차별이 아닌 협력과 연대를 위한 기제로 작동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현재 필자의 작업은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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