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에 협동학습이 희생되지 않기 위해

팀플이 협력과 연대의 기제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 모두의 탁월성 확보!

by 정준민

앞서 협동학습(팀플)이 어떻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학교 현장에서 하위권과 상위권의 관점(frame)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통해 분석하였다. 하지만 협동학습이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협력과 연대를 기르기 위해서 팀플만 한 것도 없다. 함께 학습하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연대하며, 나아가 어려운 문제를 이질적 타인과 함께 해결하는 역량도 길러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제조건이 충족될 때, 팀플이 협력과 연대를 위한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까?


“내가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앞서 무임승차를 발생시키는 문제들은 자기효능감과, 실질적인 개인의 이득이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팀플이 협력과 연대를 위한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팀플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하위권 학생들 입장에서 자기가 팀플에서 기여할 수 없을 것(자기효능감 차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본질적으로 해당 학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유급되지 않고 진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고1 수준의 학생들 중 고1 수준의 수학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팀플에서 모두가 기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위 ‘모두의 탁월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도대체 어떻게 모두의 탁월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가? 중1 교실에 초2 수준의 실력을 가진 학생과 고3 수준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있는데, 교사는 어떻게 이 모두에게 유의미한 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전통적인 교실에서는 맞춤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지만, AI 기반 에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 없이도 학생의 수준에 맞춤화된 문제와 강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개별화 교육이 한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초1부터 AI 기반 맞춤형 교육과정과 유급제도를 도입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학년에 맞는 학습능력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https://brunch.co.kr/@bf16995fb414439/40 필자의 보편적 학습설계 기반 AI 맞춤형 교육과정 시리즈에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1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적어도 고1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가진 학생들로 채워진다면, 고1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는 팀플에서 ‘자신이 기여할 수 없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현실적으로 능력주의적 관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일정 수준의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만 팀플이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능력주의의 대안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능력주의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역설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설적 해결책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협업 역량을 보여주려면, 열심히 해야지”


두 번째로 실질적인 개인의 이득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현재는 미용과와 같은 특성화 인기과에서 내신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었다. 이는 첫째, 경쟁이 있을 경우 선발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기준이 내신이고 둘째, 중~하위권 중에서 그래도 무력감이 덜 학습된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모두의 탁월성이 확보되어 중3 친구들이 실질적으로 중3 수준의 학습능력을 확보했고, 학습된 무력감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상황에서 미용과와 같은 특성화 인기과는 내신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미용과 관련된 경험, 집단생활에서 협업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팀플은 더 이상 무임승차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초기 혁신학교처럼 내신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 입장에서 팀플을 열심히 해서 내신 점수도 올리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충분히 개인의 이득 차원에서 고려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노력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유의미한 협동학습(팀플)을 경험한 학생들이 어떤 관점(frame)을 형성하게 될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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