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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터기 Jul 14. 2024

양가 어머님들을 흥분시킨
임영웅 콘서트

       

5.25일 자체 어버이날.

여섯 시 기상해서 대충 아침을 먹고 군산 엄마를 모시러 군산으로 향했다.      

“어서 와 김서방 오느라고 힘들었지?”

“아니에요. 금방 오는데요 뭘.”

“동네회관에 가서 내가 자랑했어. 우리 손녀, 우리 사위 덕에 임영웅을 보러 간다고!”

“하하하하하 잘하셨어요, 장모님”

“사람들이 표구하기 힘들 거라고 하더구먼 우리 하은이가 대단한 거여!”

“크크크크 그러게요 어머님.”     


엄마는 몇 년 전 무릎 수술을 했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외출할 때 휠체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둘러 문단속을 하고 어머님이 사는 시흥으로 향했다. 

딸은 1월 군산 할머니 팔순 여행 때 임영웅을 좋아한다는 걸 기억했다. 운이 좋게 두 장을 예매했다. 5월은 어버이날이 있다. 그래서 양가 어머님을 임영웅 콘서트에 보내드리기로 했다.      

군산엄마는 80세, 시흥어머님은 75세다. 시흥 어머님도 양쪽 무릎 수술을 하셨는데 감사하게도 여행 다니는데 문제는 없다. 점심 때쯤 어머님께 도착했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평소 입이 짧은 엄마는 갈비탕에 제법 들어 있는 고기를 다 드셨다. 서울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콘서트 시간은 6시 30분이었지만 주차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였다. 교통안내자들과 경찰관까지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아침 6시부터 만차가 되었다고 한다.

이럴 수가!

임영웅 굿즈를 사기 위해 팬들이 새벽부터 온 것이다. 우린 몇 바퀴를 돌다가 포기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10분쯤 벗어나 있는 대형 마트 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마트에서 시장 볼 것도 있어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주차를 하고 엄마 휠체어를 꺼내어 밀고 택시를 잡았다. 트렁크에 휠체어를 실어야 한다고 하니 택시기사는 어렵다고 했다. 

내 짝꿍 H의 전화가 울렸다. 근무 중인 직원들이 일처리로 전화가 온 것이다. 엄마는 당신 때문에 택시를 못 잡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신 듯했다. 나는 다시 택시를 불렀다. 두 번째 기사분도 휠체어 얘기를 하자 안된다고 했다. 세 번째 기사분까지 거절했다. 화가 났지만 양가 어머님들 앞에서 티를 낼 순 없었다.


      

그때 임영웅 팬인 듯 ‘아임 히어로’가 쓰인 파란색 맨투맨 옷을 입은 분이 굿즈 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말씀 좀 물게요 택시가 안 잡혀서요. 상암월드컵 경기장 여기서 걸어가면 어느 정도 걸려요?”

“임영웅 콘서트 오셨어요? 30분 정도 걸려요”

“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내가 여기 사는 사람이라 잘 알죠. 아침마다 산책하는 길이니까요. 직진해서 가시다가 천이 나오면 아래로 내려가면 돼요. 휠체어도 가기 편하고요.”     

내 짝꿍 H는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고 옆에서 어머님과 나는 서둘러 걸었다. 공연시간은 남았지만 왠지 우리가 지각생이 된 것 같았다. 주말이라 산책하는 주민들, 데이트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까지 꽤 많았다. 걷는 중에도 내 짝꿍 H는 고객들과 연신 통화를 했다. 처음에는 걷기 좋은 정도였는데 덥기 시작했다. 휠체어 옆에 걸으시는 어머님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게 들렸다. 나는 혹시 3시간 공연을 다 못 보시는 거 아닌가 슬그머니 걱정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빠지는 길이 보였다. 이를 어째 급오르막길이다!

괜히 어머님께 미안해져 휠체어를 밀고 있는 내 짝꿍 H의 허리를 받쳐줬다. 평지에 올라와 보니 천막들과 파란색 맨투맨 티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얼음물과 여러 가지 간식거리들이 한층 더 모인 인파들을 북적 되게 했다. 임영웅 모자, 옷, 수건, 컵, 가방 등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너무 시끄러웠다. 오전에는 임영웅 소속사에서 파는 굿즈를 팔았고 지금은 상인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양가 어머님들께 파란 맨투맨 티를 사드리겠다고 말했다. 옷은 안 산다고 하며 손수건은 괜찮겠다고 하셨다. 목에 임영웅이 그려진 손수건을 두르신 어머님들이 귀여웠다.      


사진 몇 컷을 찍어 드리고 어머님들 좌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또 서둘렀다. 사실 나는 아까부터 에너지가 고갈됐다. 휠체어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섰다. 앞에 먼저 탄 사람들을 보니 반절도 채우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 분이 안내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왜 더 안태우냐고 물었다.

예전에 많이 태우다가 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우린 3층에서 내려야 했는데 2층에서도 사람들이 탈 수 있었다. 어머님들이 입장하셔야 할 문을 찾았다. 두 자리 예매도 운 좋게 된 거라 어머님께 엄마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미리 말씀은 드렸다. 흔쾌히 괜찮다고 하셨다.

딸에 말에 의하면 임영웅 콘서트는 안내하는 사람이 많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공연장 입구에서 맡겨드리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휠체어를 자리까지만 우리가 모시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예정대로 어머님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다. 한참 동안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공연 시간은 3시간이다.

입장하기 전에 만약 너무 힘드시면 언제든지 문자를 하라고 했다. 우리는 1분 대기조로 근처에 있을 거라고. 우린 어머님들이 공연장에 들어가고 나서 만날 장소를 찾으러 다녔다. 5만 명이라는 인파가 한꺼번에 나오면 엄청 복잡해질 것을 예상하고 최대한 수월한 자리로 정해야 했다. 나는 어머님들 나오는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만날 장소로 가면 된다.      

상암월드컵 경기장 건물에는 홈플러스등 여러 가지 쇼핑몰이 있었다. 건물 안에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일단 앉을 곳이 있는 식당을 향해 또 걸었다. 앉고 나서야 ‘쇼핑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차를 어떻게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콘서트장 주차 입구와 쇼핑방문자들을 위한 주차 입구가 다르게 있었다! 지방에서 서울 올라온 티가 난다. 무엇보다 어머님을 30분이나 걷게 하다니! 우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내 짝꿍 H는 차를 가지러 마트로 출발했고 나는 공연장 밖에서 기다렸다. 열혈팬들이 비록 티켓은 못 구했지만 돗자리를 깔고 임영웅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춤추며 열광하는 모습을 봤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구나.”

‘엄마, 할머니에게도 이렇게 생기가 넘칠 수 있구나’     


그때 어머님께 문자가 왔다 ‘9시 20분쯤 나갈게’ 나는 벌떡 일어나서 입구로 갔다. 어머님의 센스는 대단했다. 9시 30분쯤 공연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다리가 불편한 당신들을 생각해서 미리 나온 것이다. 


“공연 어떠셨어요? 힘들진 않았어요?”

“진짜 재밌었어! 영웅이가 열기구도 타면서 노래하고 불꽃놀이도 하고 좋았어!”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옆에 앉은 아줌마가 엄청 소리 질러서 같이 따라 하느라 힘들었네!”   

  

어머님들은 콘서트에서 받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대기하면서 걱정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짐을 느끼며,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다.     

양가 어머님들을 모시고 1년에 한두 번 여행을 가곤 했다. 어머님은 52세에 엄마는 48세에 배우자를 잃었다. 나를 낳아준 엄마지만 나는 40대가 되어서야 혼자된 엄마를 만났다.

성경 인물 중 욥은 ‘말년에 처음보다 더 큰 복을 누리며 늙어 나이가 차서 죽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양가 어머님들도 이러한 복을 받으며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한다. 그 행복의 일부가 우리 가정에서 비롯되기를 바라본다. 가을에는 펜션을 얻어 두 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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